나의 이야기

곡교천(牙山)

영대디강 2022. 11. 6. 05:05

우리나라는 요즘 이태원 참사와 북한의 미사일 발사 그리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모두가 침울하고 힘든 시기라서 가까운 곳에 힐링을 위해 찾은 곡교천이다.  충남 아산시 염치읍 백암리 502-3에 위치한 곡교천 은행나무길은 매년 가을마다 은행나무 축제가 열릴 정도로 은행나무 명소로 유명한 여행지이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이태원 참사 등으로 위해 축제는 않하지만, 축제가 열리지 않더라도 은행나무는 변함없이 샛노랗게 물들이고 있다. 곡교천의 이 길을 따라 그냥 걷기만 해도 충분한 힐링이 되는 곳이다.

아산시 염치읍 곡교천을 따라 조성된 이 은행나무길은 아산시 충무교에서 현충사 입구까지 총 길이 2.1km 구간에 조성된 은행나무 가로수로 1966년 현충사 성역화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되었으며, 1973년에 10여 년생의 은행나무를 심은 것이 지금의 은행나무길로 자랐다. 나무를 심은 지 40여 년이 지나 나이로는 50년이 넘은 이들 은행나무 가로수는 이제 아름드리 나무로 자라서 사계절 내내 방문객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현재 은행나무길에는 총 350여 그루가 자라고 있고, 이 중 곡교천변에는 180그루 가량이 가로수를 이루고 있으며 사시사철마다 형형색색의 이미지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불러 모으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 중 특히 가을철에 특히 노오랗게 원색으로 물든 은행잎이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며 마치 황금터널을 지나가는 듯한 기분을 주는 이곳 은행나무길은 산림청과 생명의 숲 국민운동본부가 공동으로 주관한 제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거리숲´ 부문에서 우수가로로 뽑혔으며, '전국의 아름다운 10대 가로수길'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은행(銀杏)은 동아시아 원산의 나무로, 암수가 구별되는 자웅이주(雌雄異株)이다. 가을이 되면 낙엽이 지기 전에 잎사귀가 샛노랗게 물들어 보든 사람들 누구의 입에서나 탄성이 절로 흘러 나올만큼 아름답고, 병해충에 강한 특징 등 다른 나무들과 달리 여러 장점이 있어 우리나라에는 가로수로 많이 심는다.

은행나무는 침엽수도 활엽수도 아닌 독자 계통군을 형성하는 식물로 분류된다. 침엽수는 별도로 구과식물문(Pinophyta)이라는 계통군으로 분류되는데, 예전에는 은행나무를 구과식물문의 하위로 분류했으나, 구과식물문에는 없는 정자를 생산한다는 특징 때문에 현재는 은행나무문(Ginkgophyta)라는 독자 계통군으로 분류하는 게 정설이다.

길바닥에 노오랗게 내려 깔린 은행잎은 불에 타지 않고, 살균 방부 성분이 있어 썩지도 않는다. 그래서 은행나뭇잎 화석은 식물 화석 중 지금도 가장 많이 남아있는 편이다. 또한 우리들 어린시절 추억을 소환하자면 책갈피로 은행잎을 꽂아 두는 것은 관상용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뿐만 아니라, 책이 상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책갈피에 끼워 마른 은행잎은 50 6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처음 그대로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은행나무도 그렇게  썩지 않는다.

곡교천의 은행나무길 아랫쪽에는 하천에 왕복 16km의 자전거도로가 개설되어 새로운 자전거 명소로 떠올랐다. 자전거를 타며 천변에 심어 놓은 각종 꽃들의 향연을 볼 수 있다. 봄에는 유채꽃, 여름에는 해바라기, 가을에는 코스모스, 국화, 그리고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풍경을 온몸으로 맞으며 즐길 수 있다.

두줄로 길게 늘어선 은행나무 아래를 걷다보니 발밑에 밟히우는 은행열매가 냄새를 피운다. 은행 열매의 악취 문제는 중금속 논란이 제기되기 이전, 사람들이 은행 종자를 주워가는데 딱히 거리낄 이유가 없던 시절에도 은행을 줍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재미삼아 떨어져 상태가 온전한 열매를 골라 약간 주워가는 정도일 , 은행나무 가로수길의 냄새 저감을 기대할 정도로  잔뜩 주워가는 이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은행나무의 열매는 무거워 널리 퍼지지 못하며, 악취가 심해 동물들에 의해 이동되지 못한다. "은행(銀杏)" "은빛 살구"라는 뜻이다. 흔히 열매로 여겨지는 은행나무의 씨가 살구와 비슷하며 표면이 은빛 나는 가루로 덮여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냄새가 매우 심하다.) 은행나무는 30 가까이 자라야 열매 맺는데, 따라서 "손자 대에 이르러서야 종자를 얻을 있는 나무"라고 "공손수(公孫樹)" 불리기도 한다. 또한 은행나무 잎이 오리발(鴨脚) 닮았다 해서 "압각수(鴨脚樹)" 불리기도 한다. 은행알은 "백과(白果)", "압각자(鴨脚子)" 등으로도 부르며, 은행나무 목재는 "행자목(杏子木)"이라 부른다.

역사적 맥락까지 따져보면, 사실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은행 농사가 본격화되기 이전이라 의외로 은행열매의 값이 싸지 않았기에, 일부 나이 지긋한 이들이 "젊었을 때는 마음놓고 사먹기 쉽지 않은 간식거리였는데, 지금은 이렇게 길바닥에 굴러다니는구나"라는 신기한 마음에 은행나무 아래서 떨어진 은행을 조금 주워가서 손질해 보려다가 지독한 냄새에 학을 떼고 내다버리는 일이 많았다는 그런 기억도 있다. 

은행나무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기온이 낮은 고원지대(해발 500m 이상) 한반도 북부를 제외하고는 전국에 분포한다. 그러나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외딴 곳에서 야생 상태의 은행나무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야생 은행나무는 멸종된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중국 저장성 일부 지역에서 자생하는 야생 은행나무가 발견되었다. 그러나 지역도 오래전부터 인간의 활동이 있던 곳이라, 야생 개체임을 분명히 하기는 어렵다는 설이 있다.

은행나무는 중국어로는 "인싱(銀杏, yínxìng)"이라 부른다. 나무는 "궁쑨수(孙树公孫樹, gōngsūnshù), "야자오수(, yājiăoshù)"로도 부르며, 은행알은 "인싱쯔(杏子銀杏子, yínxìngzǐ)" "야자오쯔(脚子, yājiăozǐ)" 부른다일본어로는 나무를 "이초(イチョウ銀杏)", 은행알을 "긴난(銀杏ぎんなん)" 또는 "긴쿄(銀杏ぎんきょう)" 부른다. 일본어 "이초(イチョウ銀杏)" 어원이 중국어 "야자오(, yājiăo)"라는 설이 있다.

은행나무 잎에도 약효가 있어서 추출해 약으로 파는데, 'Ginkgo flavone glycosides'라고 부른다. 독일의 슈바베(Schwabe) 사에서 최초로 성분을 분리해냈고, 성분 이름은 은행잎 추출물(Ginkgo leaf extract). 일반에서 판매되는 제품에는 성분이 24% 정도로 함유되어 있고 통틀어서 GBE라고 부르는데 성분의 분획에 따라 약효에 차이가 있다. 그래서 1970~80년대 한때는 대한민국이 한창 산업 발전을 하던 시기에 은행나무 잎을 따서 독일에 수출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의 은행나무 잎이 독일의 은행나무 잎보다 약효가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일은 사실을 알리지 않아 값에 수입할 있었고 이는 한국에서 나중에야 알았단다.

은행나무는 자웅이주이기 때문에 암나무와 수나무를 구분해서 심으면 열매가 생기지 않지만, 실제 생장이 얼마 되지 않은 묘목은 전문가조차 성별 구분이 힘들고 제대로 구별하려고 하면 나무가 15 정도 커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이식 비용이 나가기 때문에 그냥 묘목단계에서 구분 이식시켜 가로수로 심어놓다 보니 암나무가 섞여 들어가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2011 산림청이 은행나무 감별 DNA 분석법을 개발해서 이제는 1년생 묘목단계에서 구분이 가능하지만 어느 정도 커야 가로수로 이식이 가능한 만큼 기존의 암나무 가로수가 완전히 대체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수나무만 있으면 꽃가루 양이 너무 많아져 꽃가루 알레르기 발생을 증가시킬 있다고도 한다.

곡교천변에는 물가에 늘어선 갈대가 가을바람에 흔들리고 있어 그 앞을 걷는 외지인의 마음도 설레임 같은 뭔가를 만들어 준다. 비록 가을바람에 나플거리는 연약한 모습이라서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했던 철학자의 눈에 비친 그런 갈대이지만, 의외로 갈대의 꽃말은 신의, 믿음,지혜란다. 

은행나무의 높이는 보통 15~40m 정도이지만 고목은 60m 달하기도 한다. 생명력이 강해서 가지와 뿌리를 제거하고 줄기만 남은 상태의 은행나무조차도  년간 잎이 돋는 일도 있다. 그래서인지 역사가  사찰에 있는 은행나무 고목 중에는 무슨무슨 고승이 꽂아두고  지팡이에서 잎이 돋아 자라났다든가 하는 식의 유래가 붙어있는 것도 있다. 심지어 히로시마 원폭 투하 폭심지에서 2킬로 안에 있던 은행나무도 살아남아서 현재까지도 남아있다고 한다.

곡교천(曲橋川)은 차령에서 시작되어 아산만 부근에서 삽고천과 합류하는 지방 및 국가하천이다. 길이(유로 연장) 84.6km, 유역 면적은 1,007.11km2이다. 충남 천안시 광덕면 차령 북쪽에서 흐르기 시작하며 광덕면 원덕리에서 지방하천으로 바뀌고, 아산시 온양동에서 온양천과 만나 국가하천으로 다시 바뀐다. 아산만으로 흘러드는 하구 부근인 아산시 인주면에서 삽교천과 합류한다. 곡교천은 삽교천· 무한천과 함께 예당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하천이다.

맑은 하천에는 민물고기들이 떼지어 유영하는 모습이 정겹다. 이 곡교천은 천안시 광덕면 원덕리에 있는 국사봉(403m)의 북쪽 계곡에서 발원하여 풍세면, 아산시 염치읍·배방면·탕정면 일대를 지나 무한천 하류 동쪽으로 흘러든다. 풍세천·용천·천안천·매곡천·용두천·온양천 등의 지류가 곳곳에서 흘러든다. 정말 반백년 세월의 오랜만에 이곳 개천에서 잡은 민물새우로 만든 매운탕으로 점심으로 먹으면서, 그때 그 시절 된장주머니로 유인하여 뜰망질로 잡은 새우를 끓인 매콤짭짤한 고향의 맛과 어렵던 시절에도 배곯이가 뭔지도 모르게 여유로운 삶을 주신 부모님의 은혜에 무한 감사를 생각으로 소환해냈다.

상류 지역에서는 고분다리천으로 불리다가 염치읍 곡교리에 이르러서 곡교천이라 불린다. 곡교천 또는 고분다리천이라고 하는 명칭은 강의 곡류가 심하다는 뜻과 섭나무로 다리를 만들 때, 다리의 중력을 높이기 위해 아치형으로 위로 굽게 만든 다리라는 뜻이다. 유역 일대에는 이충무공 유적지인 이충무공유허(사적 제155)와 이충무공묘소(사적 제112), 온양민속박물관·풍세마애불·온양아문 등의 관광명소가 있다. 이렇게 어렵고 힘든 시기일수록 충무공 이순신의 나라사랑을 본 받아서 장군이 병사되어 백의종군하는 마음으로, 회한과 고뇌의 시간을 걸으면서 하늘의 징계를 이겨내는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하며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