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격세지감

영대디강 2024. 2. 25. 04:46

정월대보름, 음력으로 새해의 보름달이 뜨는 날.

나때는 보름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희어진다며

초저녁 잠을 못 이겨서 졸음에 겨워 잠깐이라도 눈을 감으면

내 눈썹위에 하얀 밀가루 발라놔 엄청 놀랐었던 아주 오래된 추억.

새벽에는 부스럼 생기지 말라는 의미로 ··호두 단단한 견과류의 부럼 먹고

아침엔 , 보리, , 수수,  다섯종류 이상 곡물을 섞어 지은 오곡밥을 먹었지.

大보름 날에는 이상 성()이 다른 밥을 먹어야만 해의 운이 좋다며 

친구들 집 돌아가면 하루 세번 먹는 밥을 날은 아홉 먹어야 좋다고 믿었음.

더위팔기·개보름쇠기·모깃불놓기·쥐불놀이·뱀치기 등의 액막이로 복을 빌던 하루.

오늘은 오곡밥, 복쌈, 지채식, 약밥 모아 마트에서 파는 냉동김밥 녹여 먹으며

아이들은 너나없이 키즈타운 방방장 유료놀이터에 네시간을 뛰고 닫더니

집에선 테블릿에 머릴박고 온라인 게임에 올인하는 시간속으로 빠져들고

누구하나 그만하라 말리려드는 어른없이 그러려니 바라보는 풍경속에서도 

지금의 손주들은 나때와 달리 어른에게 어떤 경우에라도 반드시 경어를 쓴다.

나에게도 절대 반말하지 않는 아홉살이 채 안된 초딩2학년 민수가 묻는다.

"할아버지, 퀴즈 맞춰보세요. 모자와 신 사이는 뭘까요? 힌트는 네글자."

할아버지는 잠깐 생각한다. 모자는 머리에 쓰는게 맞고 신은 발에 신으니까

"그건 아주 쉽네. 모자와 신 사이에 있는거는 바로 몸이지 뭐!

아니~~ 네글자? 그럼... 몸뚱아리?" 

손자는 그냥 웃는다. "할아버지 그건 넌센스 퀴즈예요. 캡사이신~"

서프라이징~ 이거 세대차이가 아니라 열대차이도 넘는 격세지감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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