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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백선엽 장군-짧은 만남 긴 교훈

영대디강 2020. 6. 25. 11:25

오늘 6.25전쟁 70주년이라는 뉴스를 보면서, 내가 잠깐 만났던 6.25의 영웅 백선엽 장군님을 생각합니다. "이 라이터는 내가 아니면 다른 사람은 못 켜는 그런거라서 내가 붙여주는 거용" 하시면서, 한사코 내게 담뱃불을 붙여 주시려던 그 분이 바로 백선엽 장군님 이셨습니다. 당시에는 어른 앞에서 절대로 담배를 피울수도 없었으며, 더구나 내 아버지보다 더 연세가 높으신 분이 새파랗게 어린 내게 담뱃불을 붙여준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시절입니다.

당시 그 분은 한국군 최초 4성 장군과 장관 및 대사 등의 현직에서 모두 은퇴하시고, 일본 후지쯔라는 회사에서 고문으로 계셨습니다. 내 직장에서 Prime 컴퓨터와 IBM 컴퓨터 및 FACOM을 기종 선정대상으로 검토하고 있을 때, 종로에 있는 한국후지쯔의 초청으로 그 회사를 방문했습니다. 그 회사에서 이 건이 너무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잠깐 도와주십사 부탁드려서 고문실에 나오셨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고문실에서도 당신 자리에 앉지 않으시고 우리들 맞은편에 앉으셔서 담배를 권하시더니, 당신에게 부담을 갖지 말라시며 "기종 선정의 판단 기준은 나를 보지말고 절대로 국익차원에서 하라"시면서 포항제철의 사례를 어떻게 보았느냐 물으시더군요.

당시 일본의 교과서 왜곡사건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가 아주 나쁘던 시기였고, 더구나 국내 정보 보안상의 문제로 일제 컴퓨터를 국가기관에 도입한 사례가 단 한곳도 없었던 시절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분을 20여분 동안 만나뵙고 나라사랑의 확고하신 철학에 감동을 받았으며, 국익차원에서 FACOM 도입을 결정하였습니다. 우리 조직내의 아주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도입을 관철하여, 당시 내 기억으로는 책정된 예산의 8분의 1로 아주 획기적인 예산절감을 이뤘던 사건입니다.

6.25 전쟁의 전설적 영웅이시며 우리나라의 큰 인물이신 백선엽 장군님을 잠깐 뵈었지만, 그 분의 철학이 내 삶에 큰 교훈으로 가르침을 주셔서 지금까지의 생활의 지표로 삼고 있습니다. 높임과 존중을 당연하게 여기며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누리시던 그분이, 모든걸 다 내려 놓으시고 가장 낮은 자세로 세상을 살아가시던 기독교 신앙인 그 모습이 생생하게 떠 오릅니다. 당시는 그래도 중후하신 60대 초반이셨는데 지금은 우리나이로 101세 이신데, 이제는 기력이 약해지셨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안타깝고 감사한 마음으로 그 때 그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되살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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