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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바람의 가을(濟州)

영대디강 2021. 11. 21. 05:12

우리 속담에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데, 내 경우엔 사촌이 집을 사도 내 집처럼 이용한다는 아주 긍정적인 관계의 속담이었다. 그냥 쉬고 싶을 때면 한시간 정도를 비행기를 타고 내려와서, 사촌이 살지않고 비워둔 세컨하우스를 아무때나 내가 필요한 그만큼 내 집처럼 쓸 수 있다는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실로 56년만에 밟아보는 자전거 페달이다. 고교시절에 차멀미가 심하여 자전거로 통학했던 그 이후로 자전거를 탈 기회가 전혀 없었는데, 반백년 잊혀진 실력이 그냥 남아 있어서 민수를 뒤에 태우고 가파도를 4.2㎞ 빙둘러서 제주의 가을 바람을 맞바람으로 안고 등지며 경쾌하게 한바퀴 돌았다. 명실상부 노인세대임에도 그 젊은날의 체력을 이렇게 유지할 수 있음은 매일 아침 한시간 남짓 운동으로 다져진 습관이 강인한 몸을 만들어 줘서 오늘도 무병강건함에 또 감사한다.

제주특별자치도 남제주군 대정읍 가파리에 속하는 섬, 가파도(加波島 )는 제주도의 부속 도서 중 네 번째로 큰 섬이다. 가장 높은 곳은 높이 20m 정도이며, 구릉이나 단애가 없는 평탄한 섬으로 전체적 모양은 가오리 형태를 이루고 있다. 흡사 몽골텐트처럼 만들어 놓은 이곳에는 소원을 비는 띠지들이 빼곡하게 빈자리도 찾을 수 없이 이렇게 붙어있다. 부는 바람(風)이 아니라 비는 바람(所願)인가 싶어지고, 이 가을에 여기서 징키스칸을 만나는 듯 그런 기분이 들기도 한다. 

가파도는 동경 126°16′, 북위 33°10′에 위치한다. 모슬포항에서 남쪽으로 5.5㎞ 지점인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와 제주도 본섬 중간에 있다. 이 섬은 다양한 지명을 가지고 있는데, 섬 전체가 덮개 모양이라는 모습에서 따온 개도(蓋島)를 비롯하여, 개파도(蓋波島)·가을파지도(加乙波知島)·더위섬·더푸섬 등으로도 불린다.

이곳은 조선 중기까지만 해도 무인도로 버려진 곳이었으나, 국유 목장의 설치를 계기로 마을이 들어섰다. 1751년(영조 27)에 제주목사 정연유가 소를 이 섬에 방목하면서 본격적으로 사람이 들어와서 살았다고 한다. 그 후 18세기 말에 개간이 허락되면서 경주김씨, 진주강씨, 제주양씨, 나주나씨, 김해김씨 등이 ‘황개’와 ‘모시리’ 일대에 들어와 살면서 마을이 성장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가파도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곳인데, 바로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서양에 소개된 계기가 된 곳으로 '하멜표류기'의 그 섬으로 추측되기 때문이다. 1653년 가파도에 표류했으리라 짐작되는 네덜란드의 선박인 스펠웰로, 그 안에 타고 있었던 선장 헨드릭 하멜이 ‘하란선 제주도 난판기’ 와 ‘조선국기’를 저술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비교적 정확히 유럽에 소개된 계기가 되었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일주서로 2100번길 46, 핑크뮬리와 수국카페로 유명한 언덕위의 하얀집 '마노르블랑'이다. 젊은날엔 내가 주도하는 삶이었지만, 어느사이 이제는 아이들 뒤를 쫄랑쫄랑 따라다니는 뒷방 늙은이 세대가 되어 있었다. 이제는 손주들이 원하는 곳으로 가자하면 따라서 가야하고, 그들이 즐기는 음식을 주문하면 또 맛있게 먹어줘야 하며, 어느덧 손녀들의 가르침을 귀에 담으면서 잔소리라 생각하면 안되는 노인으로 손녀들의 케어대상이 되어 있었다. 

우리세대의 제주 여행은 이곳 저곳 명소를 찾아 시간을 정해 놓고 구경하며 바삐 돌아야 했었는데, 요즘세대는 이렇게 한가로이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며 수국 사잇길로 걸으면서 핑크색갈도 갈색으로 바뀌어 버린 가을풍경을 바라본다. 한대 두대도 아닌 세대씩이나 차이를 둔 손주들은 또 농장에서 귤따기 체험도 하면서 여유롭게 즐기는 문화로 바뀌었다.

삶의 여유란 바로 이런건가 보다. 먹고 살기위해 바쁘게 일해야만 했고, 가족을 건사하기 위해 내 시간이 허락되지 않았던 우리들의 삶 속에서 맛 보지 못한 여유로움. 풍요로운 세대가 느끼는 행복감 속에서 덩달아 한가로이 꽃밭을 거닐며 제주의 바닷바람을 온 몸으로 멍석말이하는 시간.....    

말 없이 걷다가 앉았다가.... 언제부터 내 삶이 이렇게 여유로웠던가? 시간에 쫒기듯 정해진 일상의 스케쥴에 맞추면서 늘 바쁘게만 살아야 했는데... 돌이켜 이런 저런 생각해보니, 열심히 살아온 탓에 그냥 헛된 삶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가치를 논할만큼 보람된 삶도 아니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네처럼 나라를 위해 헌신적으로 젊음을 바친 것도 아니고, 국가가 아닌 이웃에게라도 봉사활동 경력이 없었으며, 이웃은 관두고서라도 내 부모와 형제들에게 희생한 사실도 전혀 없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남부러운 환경에서 자라도록 뒷바라지 한 그런것도 없는거 같고.... 내가 뭘 했노라 내세울만큼 회고록에 담을 그런 일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내가 하고 싶으면 도전하고 그냥 즐기며 받고만 살아온 삶 뿐.   

제주시 도두동에 위치한 도두봉공원은 높이 67m, 둘레 1,090m의 규모로 제주시 숨은 비경 31중 하나로 선정되었으며, 제주올레 17코스에서 만나는 야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도두’는 ‘섬머리’라는 뜻이며, 도두봉은 화산재가 굳어져 형성된 응회암과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기생화산으로 정상에 분화구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도두봉 정상에 멋진 포토존이 있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 동백나무 같은 사철목이 만세를 부르듯이 양팔을 벌려 그늘을 드리우고 멋지게 자릴 잡았다. 조손이 맞잡은 손으로 우리들의 핏줄이 가족임을 느끼게 하는 사진이지만, 사진으로 가을바람까지 찍을 수 없기에 좀 아쉽다. 마음속 바람이야 그저 이 아이들이 무탈하게 잘 살아주길 바라는 마음 뿐이다.

예전에 우리는 어른 중심의 사회에서 예절과 예법을 중요시 했다. 이제는 그런 시대가 물결이 흐르듯이 지나갔고, 손자들 중심으로 세상의 모든 판이 돌아가는데도 식당에 앉자마자 민수는 내 앞의 테이블 위에 숟가락 젓가락을 가지런히 놓아 주면서 나이 순서대로 이렇게 놓는단다.  안그래도 이쁘기만한데 이런 모습까지 바라보니 참으로 기특하고 더이쁘다.

이곳이 분명 우리나라 땅임에도 야자수가 늘어진 이국적인 풍경이다. 이런 여유로움은 뱅기의 비지니스석에 앉아 제주로 찾아와서 특급호텔의 럭셔리 숙소에서 지내며 전담 가이드가 안내해주는 그런 부류의 여행으로는 절대로 맛볼 수 없는 우리네 보통사람들의 간결하고 소소한 만족스러움이다.   

브릭캠퍼스는 세계 최초, 세계 유일의 브릭 아트 테마파크이다. ‘모두가 예술가’라는 모토 아래, 국내외 최고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체험하며 결국에는 스스로 하나의 완성된 브릭 작품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여길 찾아오기 전에는 나도 손자들이 만드는 장남감들이 블럭인 줄 알았었다. 역시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배워야 한다.

브릭캠퍼스는 입학과 졸업이라는 개념이 도입된 캠퍼스로 우리는 모두 브릭과 함께하는 신나는 캠퍼스 생활로 안내 해 준단다. 브릭 한 조각으로 우리 머릿속에 예술적, 창의적 영감을 불어 넣어 보기를 바라는 곳이란다. 작은 브릭들이 쌓여 하나의 멋진 작품이 완성되듯, 브릭캠퍼스를 나서는 순간 우리 모두는 이미 예술가로 되어 있을 것이란다.

손자들의 방에 그득하게 쌓여진 장난감들이 거의 대부분 브릭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서 그런지, 아이들은 벌써 여기 브릭캠퍼스의 신입생이 되어 그들만의 무한한 상상력을 키워 볼 기회를 갖고 있다. '브릭'이라면 이 세상의 그 어떤 것도 모두 만들어 낼 수 있단다. 손주들은 벌써 이 캠퍼스에 스스로 입학하여 작품들을 구상하여 뭔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다.

작은 산을 오름이라고 부른다는데, 온통 하이얀 억새꽃으로 휘감아 놓은 곳, 이곳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산59-8번지 새별오름은 새벨오름 또는 새빌오름으로도 불렸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효별악(曉別岳), 『탐라지』에는 효성악(曉星岳), 『제주군읍지』에는 신성악(新星岳)으로 표기되어 있다.

새벨과 새빌은 샛별에서 유래한 명칭으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 확실하지는 않단다. 산정 표고 519m의 새별오름은 비고 119m, 둘레 2,713m, 기저직경 954m의 단성화산(單成火山: 일회의 분화활동으로 만들어진 소형 화산)으로서, 스트롬볼리식 분화에 의해 형성된 분석구(噴石丘) 또는 스코리아콘(scoria cone)이다. 오름 서사면이 열려져 있는 말굽형 화산체이나 북사면에도 작은 말굽형 화구가 발달하고 있는 복합형 오름이다.

평소에 걷기를 즐기는 우리부부는 별로 이 새별오름이 별로 높다는 생각을 하지 못해서 그냥 단숨에 올랐다. 덕분에 우리 뒤를 따르며 헉헉거리는 손녀들에게서 호된 잔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할머니가 손주들에게 해야 될 걱정을 왜 거꾸로 손녀들이 할머니 걱정을 해야하는지 모르겠다면서.... 할머니는 제발 노인이니 천천히 조심조심 다니란다.

이제 할머니 건강을 염려하는 손녀들의 잔소리는 이곳 무지개해안도로의 바닷가 바위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우리들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사진 작가를 흉내내며 예술적인 장소를 물색하는 할머니는 왜 절대 올라가지 말아야 할 미끄럽고 비탈진 위험한 바위에 올라가서 사진을 그렇게 찍어야 하느냐며.....

용담이호해안도로를 배경으로 노란색과 검은색의 일반적인 방호벽이 아니라 무지개색으로 칠해진 방호벽을 만날 수 있는데 그곳이 바로 도두 '무지개 해안도로'이다. 수평선과 평행하게 떠 있는 무지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제주공항과 가까운 곳에 있어 여행의 시작과 끝에 가볍게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우린 숙소와 가까워서 벌써 세번째 찾은 곳이다.

제주공항에서 약 5.6km 정도 떨어진 곳이라서 이 해안도로의 드라이브 코스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시원스레 펼쳐진 지평선의 바다가 모든 세상살이의 시름을 날려버리는 듯 하다. 무지개의 핑크빛 방호벽위에 앉아서 조손은 이런 모습이 오래 기억되길 바라며 풍경사진을 만든다.

민수는 신발을 벗고 바닷물에 들어가고 싶어 바짓가랭이를 접어 올리고 신발을 벗으려 한다. 네가 하고 싶으면 그러라며 승락하고 싶지만, 바닷물에 젖으면 발을 닦아줄 수건이 준비되지 않아서 어쩔수 없이 말렸더니, 별로 표정이 즐거워보이지 않아 내심 미안하다. 다음에 올땐 발 닦을 수건을 반드시 준비해 와야겠다고 생각하며..... 

'스누피 가든 하우스'는 감정에 솔직하고 개성 있는 피너츠 친구들을 만나 그들 간의 상호 관계를 통한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얻는 곳이다. 가든 하우스의 테마홀은 피너츠 에피소드에 담긴 일상의 이야기와 ‘Peanuts, Nature & Life’를 주제로 나의 일상을 연결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야외 가든은 피너츠 에피소드를 자연 속에서 직접 경험하면서 인생의 의미를 알게 되고 자연에서의 휴식을 통한 위로를 얻는 곳이다. 피너츠 친구들은 눈, 비, 바람, 낙엽과 같은 자연환경과 계절의 변화를 경험하면서 인생의 의미를 찾고 성장한다.

카멜리아 숲을 지나면 소설왕 스누피 광장에서 타자치는 소설왕 스누피가 우리를 환영한다. 소설왕 스누피와 함께 사진을 찍고 피너츠 언덕에 누워 푸른 하늘을 올려다 보는 여유를 즐겨보고, 소설왕 스누피와 함께 사진을 찍고 피너츠 언덕에 누워 푸른 하늘을 올려다 보는 여유를 즐겨본다.

5개의 테마홀과 카페 스누피, 피너츠 스토어에서 걷고, 보고, 먹고 쉬면서 피너츠 캐릭터를 통해 지금의 우리들에게 휴식과 위로의 메시지를 건네본다. 제주의 자연이 주는 순수한 가치와 각 테마가든에서 피너츠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경험해 보면서 하루를 힐링할 수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우도면에 있는 섬. 우도는 동경 120°57′, 북위 33°30′에 위치하며, 구좌읍 종달에서 약 2.8㎞ 떨어져 있다. 면적은 6.18㎢이고, 해안선길이는 17.0㎞이다. 섬 전체가 우도면에 속하며, 천진리․서광리․오봉리․조일리의 4개 리가 있다. 제주도 동쪽에 위치한 섬으로 제주 근해의 부속도서로는 면적이 가장 크다.

섬의 형상이 물소가 머리를 내밀고 누워 있다고 하여 소섬 또는 이를 한자화한 우도라고 불린다. 동남쪽의 우도봉(牛島峰)을 정점으로 북쪽으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면서 대부분 지역이 고도 30m이하의 평탄한 지형을 이룬다. 해안은 사빈해안으로 된 북동쪽의 독진포(獨津浦)를 제외하면 암석해안으로, 특히 남쪽해안에는 해식애와 해식동굴이 발달하고 있다. 해양성기후로 1월 평균기온 5.5℃, 8월 평균기온 25.6℃, 연강수량 1,304㎜이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미로공원 '메이즈랜드'를 찾아가는 길에 잠깐 멈춘 휴게소의 민속적인 카페 풍경이다. '메이즈'(maze)는 미로를 뜻하는데, 공원 안으로 들어서면 입구에서 받은 지도만 의지한 채 길 찾기 탐험이 시작된다. 총 길이 5km의 거대 미로 속에서 무려 108번의 갈림길을 맞이하게 되는 흥미진진한 미로테마파크다. 아이들은 앞장서서 미로의 출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즐거워하고, 어른들은 매번 부닥치는 선택의 기로에서 어쩐지 미로가 인생과 닮아 있음을 느끼게 될 그런 곳이다.

'노형수퍼마켙’은 전시관 내부면적 약 4000㎡, 최대 높이 20m(6층 건물 높이) 규모에 프로젝터 46대를 투입해 화려한 시각적 효과를 연출하고, 7.1채널 EAW 스피커로 웅장한 사운드를 구현해 관객들에게 이색적이고 실감 나는 체험을 제공한다. ‘노형수퍼마켙 프리쇼’, ‘베롱베롱’, ‘뭉테구름’, ‘와랑와랑’, ‘곱을락’ 등 영상 미디어아트 공간을 중심으로 한 모두 5개의 전시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메인 영상 공간인 ‘와랑와랑’은 모두 8가지 영상으로 구성됐다. 폭포, 주상절리 등 압도감을 주는 화려한 색채의 영상이 웅장한 음악과 함께 온 공간을 에워싼다. 새로운 세대의 체험이다. 여기서 이제는 내가 손주들을 뒷바라지하는 역할이 아니라, 손주들이 나를 염려해야하는 처지로 바뀌었음을 확실히 깨달았다.

손주들과 함께 내려갔지만, 연말의 바쁜 일정 때문에 혼자서 올라와야하는 나는 공항으로 가는 길목에 전분 공장을 개조해서 만든 크고 넓은 레트로 감성 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을 마시며 제주의 가을 바람을 맞는다. 거의 매년 가족과 함께 자주 찾는 제주이지만, 한주간의 이번 여행에서는 운전기사로 손주들에게 믿음직한 역할을 해서 그런지 피곤함도 몰랐고, 밤이면 숙면을 취하면서 언제나 이쁘기만한 손주들과의 정겹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든 여행이었다. 우리 가족이 앞으로도 언제나 이렇게 아름답고 건강한 날들이 되어지길 바라고, 받기만하고 살아온 내 삶에서 이제는 나눔의 삶이 되어지길 바라는 '바람(祈願)의 가을' 제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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