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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서남단의 한강변에 솟아있는 심학산(尋鶴山)은 높이 194m의 낮은 산으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심악산(深岳山)으로 기록되어 있다. 조선 시대에는 교하현 소속으로 현 소재지 남쪽 21리 지점에 있다고 기록되었으며, 『여지도서』의 기록에 따르면 심악산은 교하군의 남쪽 15리에 자리하고 있는 산으로 주맥(主脈)은 고양군의 고봉산(高峰山)이라 하였다. 한편, 『교하읍지』에서는 군의 서남쪽으로 12리에 있으며 서쪽으로는 한강에 도달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심학산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길쭉한 모양이다. 정상은 서쪽의 중심에 솟아 있다. 동패리 교하배수지에서 정상까지는 주릉을 따라 등산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세사람이 나란히 어깨동무로 걸어도 좋을 만큼 둘레길이 넓다. 작은 산치고는 제법 숲도 깊다. 등산로를 뒤덮은 활엽수림은 한낮에도 숲 그늘을 만들어준다. 처음엔 주릉에 난 등산로만 오가기가 너무 아쉬워서 둘레둘레 돌아드는 길로 조성한 것이 둘레길이란다.

둘레길 초입에서부터 이곳은 최전방 지역이라고 느껴지는 벙커와 참호가 최근에 공사한듯 잘 정비되어 있다. 평소에는 그냥 잊고만 살았던 우리나라가 현재 분단국가이며 휴전상태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반백년도 넘겨 오래된 기억속에서도 새삼 군대생활이 떠 오른다. 이런 곳에서 5박6일 동안 먹고 자며 생존훈련을 했었던 젊은날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 오르기에, 나라가 부른다면 지금이라도 다시 이런 현장으로 나가고 싶다.

무서움도 두려움도 전혀 몰랐었던 그 때 그 시절의 젊은 패기가 되살아 난다. 아직은 건강한 몸이지만, 그래도 몸이 아닌 마음만으로는 지금도 현장에 투입이 된다면 전투력이 왕성하게 되살아나서 무적의 용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말도 안되는 노구를 이끌고 이런 산악전투에서 병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런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만약 나에게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꺼이 몸바쳐서 국가유공자의 마지막에 도전하고 싶다.

심학산 둘레길은 2009년에 완공됐으며, 심학산을 한 바퀴 휘돌아 도는 이 길의 총길이는 6.8km로 2시간이면 넉넉하다. 둘레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거의 없이 산의 7부 능선을 따라 길이 조성됐는데, 그늘진 숲이 너무 깊어서 땡볕에 노출되고 싶지 않은 여성들에게도 정말 좋다. 또 맨발로 걸어도 좋을 만큼 부드러운 흙길이 이어진다. 다만, 요즘은 너무 비가 내리지 않아서 흙먼지가 바짓가랭이를 누우렇게 물들이는 점은 좀 아쉽다.

심학산 낙조 전망대에서는 파주 일대와 한강 줄기가 시원스럽게 조망된다. 바로 눈 앞에는 출판단지가 드넓게 자리하고 있으며, 문발IC와 자유로를 따라 통일전망대도 보이고, 멀리 북한 개풍군까지 비교적 또렷하게 보인다. 남쪽 서쪽 북쪽으로 도심의 전경도 들고나지만 산과 강 그리고 논밭이 어울리니 평온하여 들뜬 마음이 가라앉을 때 즈음에는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경기도 파주시 남서부에 있던 이곳은 2002년 4월 1일 교하면이 교하읍으로 승격되었고, 이후 교하지구와 운정신도시 개발에 따라 인구가 증가하면서 2011년 7월 25일 교하읍이 교하동·운정1동·운정2동·운정3동으로 분동되면서 교하읍은 폐지되었다. 남서쪽에 심학산(194m)이 솟아 있을 뿐 대부분이 낮은 평지로서 논으로 이용되는 지역이 많았으며, 점차 도시화가 진전되어 상업과 서비스 기능이 증가해왔다. 행정구역으로는 교하리·야당리·다율리·오도리·상지석리·산남리·동패리·당하리·문발리·송촌리·목동리·하지석리·서패리·신촌리·연다산리·와동리 등이 있었다.

약천사를 지나면 금방 또 아늑한 숲길이다. 여전히 오르막과 내리막이 거의 없는 부드러운 길이다. 산마루가든 사거리를 지나면 둘레길과 주릉은 거의 닿을 듯이 가깝다. 주릉 등산로를 따라 걷는 사람들이 오늘은 관광버스가 단체 등산객을 싣고 여기를 찾은 듯, 떼거리로 줄지어 늘어선 사람들이 극기훈련이라며 힘들다는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보인다.

둘레길은 곳곳에서 주릉 등산로와 이어진다. 또 둘레길과 주릉 등산로의 높이가 50m 내외에 불과해 두 길이 이웃하면서 걷는 느낌을 준다.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은 주릉과 둘레길의 경계를 넘나들며 걷기를 즐긴다. 이곳에서 최적의 코스는 주릉을 따라 정상까지 간 뒤 둘레길을 따라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높은 산들이 즐비하게 많은 강원도나 경기도 북쪽에서는 심학산은 산이라고 취급도 받지 못할 낮은 구릉수준이다. 그러나 산은 높이로만 말하는 게 아니다. 산이 솟아난 자리에 따라 높이는 숫자에 불과할 수도 있다. 산이 많은 곳에서는 동네 뒷산 취급받을 그런 높이지만 평야지대에서는 대접이 달라진다. 사방을 아우르는 전망대로서 위엄과 존경을 받는다. 심학산이 바로 그런 산이다.

주릉에 올라서도 등산로는 넓고, 편안하다. 군부대에서 지프차도 오갈 수 있도록 조성했던 길이 등산로가 된 것이다. 주릉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거의 없다.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걷기에 딱 좋다. 숲 그늘도 좋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한낮에 걸어도 땡볕을 마주할 기회가 많지 않다. 10분쯤 걸으면 둘레길로 내려서는 사거리가 나오고, 여기서 다시 10분쯤 더 가면 체육시설이 있는 사거리다. 여기서도 약천사와 둘레길로 바로 내려설 수 있다.

경기도의 외곽을 따라 아름다운 경관과 역사, 문화, 생태자원을 두발로 경험할 수 있는 경기둘레길은 장거리 여행길이다. 풋풋한 삶의 활기와 바다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대명항에서 시작하여 경기도 외곽을 한바퀴 돌아 원점 회귀하는 총 길이 860km의 순환 둘레길로 경기도와 15개 시·군이 협력하여 조성한 사람·문화·자연이 함께하는 길이다. 둘레길은 총60개 코스로 이루어져 있으며, 길의 특징을 담아 4개의 권역으로 나눠진다. DMZ 외곽 걷기길을 연결한 평화누리길, 푸른 숲과 계곡이 있는 숲길, 강을 따라 너른 들판과 함께 걸을 수 있는 물길, 청정 바다와 갯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갯길이다.

심학산의 존재감은 올려다보는 것이 아닌, 정상에서 내려다 볼 때 최고의 경관을 자랑한다. 심학산 정상에 세워진 정자에 올라서서 서쪽을 바라보면 한강의 유장한 물줄기가 등 뒤에서 시작해 눈앞을 한 바퀴 돌아 나간다. 적어도 230도는 휘감는 모양새다. 날씨만 좋으면 인천대교나 강화도, 이북의 송악산이 눈에 잡힐 듯이 가깝게 보인다. 겨우 194m 밖에 되지 않는 산의 조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정자에서 내려와 오른쪽 데크를 따라가면 둘레길로 내려서는 길과 만난다. 초입은 가파르다. 그러나 200m만 내려오면 가파른 계단은 끝이 난다. 체육시설과 육각정자가 있는 곳에서 둘레길과 만난다. 왼쪽으로 가면 전망대~전원마을을 거쳐 교하배수지로 간다. 오른쪽은 약천사를 거쳐 교하배수지로 간다. 방향을 선택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거리는 약천사를 거쳐 가는 게 조금 가깝다.

높은 산은 아니나 너른 들판에 심학산이 홀로 솟았기에 우뚝해 보인다. 심학산 정상 풍광은 장쾌하기에 근심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푸른 숲길을 즐겨보자. 산길을 내려서면 바로 파주출판단지다. 개성 있고 독특하고 예쁜 건물들을 구경하며 천천히 걷는다. 부드럽게 이어지는 숲길을 따라가면 성동사거리다. 평화누리길 6코스와 노선이 같다. 부담스럽지 않게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철쭉동산으로 조성된 곳에서는 PAJU라는 글자만 보인다. 연분홍 그 아름다운 철쭉꽃들은 내년에 좋은 봄날에 다시 만나자며 5월 초록의 등뒤에 숨어 조용한 미소의 그늘만 남긴채로 세월을 기다리자고 우릴 다둑거린다. 한달 전후로 이곳을 찾았다면 아마도 핑크빛 파도에 넋을 놓았을 것이라는 장소이다.

자유로를 따라 북쪽으로 달리다 보면 한강을 바라보며 심학산이 우뚝 솟아 있다. 주변에 산이 없어서 이 평야지대에 솟은 이 산의 존재감은 훨씬 부각된다. 경기둘레길 5코스는 동패지하차도에서 시작해 심학산둘레길의 시원한 숲길과 모던한 건축물이 많은 파주출판도시와 그리고 한강변을 지나 살래길이란 오솔길을 따라 성동사거리에 이른다.

도로 확장공사로 인하여 임시주차장에 세워 놓은 그 곳 주변에는 경기-파주-43호로 지정된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수령 300년을 자랑하며 높이 12미터의 커다란 자태를 뽐내고 있다. 백년도 살 수 없는 인생이 이 그늘에서 잠시 쉬다가 여기저기 땜질로도 메꿀 수 없도록 갈라지고 비어있는 커다란 몸통을 바라보며, 우리네 후손들이 또 찾을 수 있도록 오래오래 수천년 장수를 기원하는 노거수의 기운을 한아름 받아 들고 길을 떠난다.

심학산둘레길은 5개 코스로 이뤄졌다. 심학산 정상에 이르는 다섯 구간으로 각 출발지점에서 심학산 정상까지 짧게는 0.8km에서 길게는 2.9km다. 제법 가파르기는 해도 어디서든 20~30분이면 올라간다. 멀리서 볼 때는 온통 초록빛 단색의 풍경이었지만, 산길로 접어드니 맑디맑은 5월의 공기가 온 몸을 감싸고 돈다. 하늘을 향하여 맘껏 높이 높이 자라서 햇볕을 머금은 연초록의 잎새들이 산의 겉모습을 이루고 있었으니 무엇보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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