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 오봉저수지

 

 오봉저수지는 연간 만명이상의 관광객이 찾는다는 1종 저수지로 김천시 남면 오봉리에 위치하며, 남면/농소면/아포읍 일대 농경지 700ha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위하여 1979년 1월에 공사를 시작하여 1989년 12월에 축조된 저수지로 면적은 147,000평으로 저수량 395만 7000㎥입니다.  사방이 산으로 빙 둘러쌓여 저수지 위에 뜬 하늘빛도 마냥 푸르른 물빛이 반사된듯 뭉게구름이 둥둥 떠 흐르는데 이 호수 주위를 돌아드는 우리네 마음도 흡사 저 하늘의 구름처럼 두둥실 떠 다니는 느낌이 듭니다.   

김천은 삼산이수의 고장으로 삼산은 황악산/금오산/대덕산이며, 이수는 감천과 직지천을 말합니다. 삼산이수는 김천 지역이 금릉(金陵)으로오랫동안 김천 지역의 별호(別號)로 불렸으나, 1949년 김천군 중 김천읍을 분리하여 김천시로 승격시키면서 나머지 지역을 묶어서 금릉군으로 행정 구역을 개편했답니다. 금릉은 원래 중국의 지명으로 서기 314년 건국한 중국 동진이 원래 ‘건업’이라 불리는 곳에 도읍을 정하고 ‘금릉’이라 했는데, 그 후 나라가 여러 차례 바뀌었으나 금릉은 계속 도읍으로 기능하면서 유적이 많고 경관이 아름다운 고도(古都)가 되었다네요. 그리하여 역대 많은 시인이 금릉의 아름다운 자연을 노래하며 시제에 올렸는데, 대표적인 시가 이태백의 「등금릉봉황대(登金陵鳳凰臺)」, 즉 「금릉의 봉황대에 올라」입니다. 이 시는 이태백이 최호(崔顥)의 「등황학루(登黃鶴樓)」, 곧 「황학루에 올라」라는 시에 감복하여 지었다고 합니다.

봉황대상봉황유鳳凰臺上鳳凰遊터니 봉거대공강자류鳳去臺空江自流라 오궁초화매유경吳宮草花埋幽徑하고 진대의관성고구晉代衣冠成古丘라 삼산반락청천외三山半落靑天外요 이수중분백로주二水中分白鷺洲라 총위부운능폐일總爲浮雲能蔽日니 장안불견사인수長安不見使人愁라(금릉의 봉황대에 올라 봉황대 위에 봉황이 노닐더니 봉황은 날아가고 누대는 비었는데 강물만 절로 흐르네. 오나라 궁궐의 화초들은 그윽한 오솔길에 묻혔고 진나라 때 벼슬아치들은 죽어 옛 무덤 언덕을 이루었네. 삼산은 반쯤이나 푸른 하늘 바깥으로 걸쳐있고 두 갈래 물은 가운데가 나뉘어져 백로주를 이루었네. 모두가 뜬구름이 하늘을 가렸음으로 말미암으니 장안이 보이지 아니하고 나로 하여금 수심에 젖게 하네).

 

우리는 고대 시인의 싯귀를 음미하지 않아도 그냥 마음이 들떠서 동심에 젖어 마구 재잘거리며 데크로 잘 만들어진 호숫길을 한바퀴 돌아드니 배가 고팠고, 경북 맛집이라는 60년 전통의 연탄불 소금구이집을 찾았습니다. 시골집 옛날이 기억나게 만드는 좁디 좁은 골목길에 주차된 차량이 한사코 길을 막더군요. 식당을 한참 더 지나가서 정자옆 나뭇그늘 밑에 주차하고 한참을 기다려서야 자릴 잡을 수 있었습니다. 소금구이와 고추장구이를 시켰는데, 그 맛이 예전에 연탄불 위에 석쇠를 얹어 구운 돼지고기로 어린시절에 시골에서 먹었던 바로 그 맛이 었습니다.

밥을 먹고 나오는데 후배에게서 카톡이 왔네요. 오랜 공직에서 정년 퇴직 후 또 다시 기업에서 고문이라는 직위로 남은 젊음을 불사르더니, 이젠 낙향하여 자서전을 쓰고 있답니다. 40여년 전 나와 함께 부부동반으로 동구릉에서 찍은 옛날 사진이 나왔다며 카톡으로 보냈는데, 나는 전혀 기억이 안나네요. 아마도 우리모두 신혼시절이 아니었나 싶은데, 멋 대가리 없는 나에게도 이런 낭만적인 시절이 있었나 봅니다. 사진을 다시 아내에게 카톡으로 보냈더니 역시 기억이 없다네요. 오봉저수지위 구름만 절로 흐르는게 아니고 우리네 삶도 세월속에서 그렇게 망각속으로 흘러가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