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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칠보산

영대디강 2018. 9. 1. 16:52

어제는 8월이었고, 오늘은 9월이라서 아침부터 서늘한 날씨가 산행을 재촉하기에 오늘은 수원 팔색길 중 6색길인 칠보산을 찾았습니다. 수원둘레길 중 집에서 가장 가깝고 숲이 그늘지고 바람은 시원한 곳으로, 교통이 편리하며 먹거리도 좋은 곳 입니다. 주일을 반드시 지키는 우리에게 토요일은 천금같이 소중한 날이며,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단 하나의 목적으로 숲길을 걷기위해 호매실 칠보산을 찾았습니다.

칠보산은 예전에 8가지 보물(산삼. 맷돌. 잣나무. 황금수탉. 호랑이. 사찰. 장사. 금)이 있어 팔보산으로 불리다가 황금수탉이 없어져 칠보산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답니다. 행정구역상 화성시 매송면에 속했는데 1987년 수원시 권선구로 편입 되었답니다. 용화사 입구 주차장에 주차를 해놓고 야트막한 산길 소나무 숲 사이로 걷는 길은 시원하고 한적하여 나무데크로 만든 오르막도 힘들지 않게 멋스럽고 고즈녁합니다.

조금 걸으니 가슴이 확 트일만큼 시원한 전망대가 나타납니다. 오른쪽에서 부터 왼쪽방향으로 팔달산, 숙지산, 여기산, 광교산, 백운산, 청계산, 모락산이 보이며 드넓은 평지에는 아파트 단지들이 서로의 몸매자랑을 하면서 위용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요즘 평당 1억을 호가하는 아파트도 있다지만 여기서 내려다보니 그래봤자 도토리 키재기인데, 하늘에서 내려다보시는 분에겐 어떤 존재감일까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해 봅니다.

 해발 239미터의 야트막한 정상에서부터 234m 통신대봉, 잠종장 뒤편 185m봉, 개심사 뒤편 165m봉, 오룡골 뒤 187m봉 등 5개의 솟아있는 봉우리가 모두 오르내리기 쉽고 더불어 풍경도 좋으며 바람조차 시원하니 이렇게 남녀노소 구별없이 더불어 줄지어서 쉽게 찾아오게되나 봅니다. 또한 이 산에는 개심사, 용화사, 무학사, 여래사, 칠보사, 일광사 등 6개의 사찰이 자리잡고 있어 사찰을 찾는 불자들도 쉽게 발길을 옮긴답니다. 

우리는 칠보산 입구 맷돌화장실 -> 용화사 -> 기도원 갈림길 -> 제2전망대 -> 전망데크 -> 칠보산 정상 -> 화성시 원평리 갈림길 -> 맨발로 걷는 길-> 청석골 약수터 갈림길 -> LG빌리지 갈림길 -> 무학사 갈림길 -> 가진바위 -> 제1전망대 -> 해오라비 난초 자생지 -> 우측임도 -> 칠보산 약수터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코스를 걸었습니다. 여유롭게 걸었더니 세시간 소요됐고 걸음수가 약17,000보 되는군요. 

곳곳에 생태복원의 팻말이 여러곳 있음에도 산행길 중간에 꽹과리를 두드리며 창을 연습하는 여인들도 만나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MP3나 라디오로 음악을 크게 듣거나 개를 데리고 목줄없이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양재천에서 탄천까지 십수년을 걸었어도 이렇게 큰 소리로 음악을 이어폰 없이 듣는 사람을 단 한번도 만난적이 없기에 생활수준과 의식수준은 정비례하는 걸까 그런 엉뚱한 생각도 했습니다.

칠보산 약수터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 오는 길은 조금 힘이 들었습니다. 평소 우리는 등산 스틱이나 물병 등도 준비없이 그냥 가벼운 복장으로 둘레길을 걷는 습관적 산행이라서 오늘도 그렇게 걸었는데, 갑자기 목이 말라 옵니다. 약수터에서도 그냥 마시지 않고 왔기에 정상 부근에서 음료수와 막걸리 아이스크림을 파는 사람들을 만나니 반가워서 음료수 한캔을 이천원에 사서 마셨지만, 그래도 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거의 줄을 잇듯 많은 산행객이 걷고 있지만, 걷는 사람들의 특성이 보입니다. 아무 말도 없이 그냥 묵묵히 걷는 커플은 부부, 손을 맞잡고 다정하게 이야기하면서 깨가 쏟아지게 걷는 사람들은 아마도 연인, 대부분의 남자들은 노소를 불문하고 음악을 크게 들으며 혼자 걷고, 대다수의 여성들을 노소불문 정답게 이야기하며 삼삼오오, 나는 단 한마디 말도 없이 걷다가 노점상에게서 음료수 한캔 사면서 값을 물은게 전부입니다.

산새소리와 바람소리, 그리고 이름모를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말없이 걷다가 가진바위 앞에 섰습니다. 예날에 어느 석공이 이 바위에 보물이 있다는 말을 듣고 바위를 자르려 하는데 갑자기 비바람이 불더니 벼락이 떨어져서, 석공은 그 자리에서 죽고 톱으로 자른 흔적만 남았는데 공교롭게도 그 자른 흔적이 바위의 딱 절반이라서 절반만 가진바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하네요. 눈으로 보기엔 절반이 아닌것 같긴한데... ㅎㅎ  

세월이 많이 흘러갔어도 호기심은 여전한 나는 다시 바위를 이리저리 둘러 보다가 아래쪽에 내려와서 다시 올려다보니 딱 절반이 맞는거 같습니다. 어린시절에 많이 보았던 맷돌의 모습 그대로네요. 참으로 신비롭습니다.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칠수도 있지만, 초연하게 산등성이에 자리하고 있어도 욕심쟁이 석공의 기막힌 전설이 남아있는 이런 바위처럼 우리네 인생도 헛된 욕망을 버리고 살아야겠다는 교훈을 얻게 됩니다. 

9월의 첫날인 오늘도 싱그럽고 희망차게 시작을 합니다. 멀리 KTX열차가 호수를 가로질러 남쪽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눈에 잡히네요. 나도 역시 이달엔 추석전까지 김천에서 일해야 하는데 출발이 개운해서 좋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에서 아무 걱정없이 즐겁고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음에 언제나 감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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