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환경부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무더운 올 해 "여름에 걷기 좋은 길 7곳"을 선정하였고, 평균 1,300m이상의 높은 해발고도로 여름에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하늘길 3곳과 청량한 숲과 맑은 계곡에서 야영과 걷기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둘레길 4곳이 선정되었답니다. 둘레길 중 금대계곡은 치악산국립공원 원주시 판부면 금대리에 위치한 둘레길과 계곡으로 신라시대 의상조사가 창건한 영원사와 문무왕이 축조했다는 영원산성이 있는 원주의 대표적인 여름피서지랍니다.
치악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이전에도 금대유원지는 피서지로 잘 알려진 곳이라네요. 5번 국도를 따라 원주에서 제천으로 가다보면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높은 철교인 백척교가 있던 자리에 회색 시멘트로 지어진 높고 큰 교량을 만나게 되며, 여기서 금대계곡이 시작되어 맑은 물과 무성한 숲으로 계곡의 풍광이 장관이라는 소문 그대로 입니다. 계곡물은 흡사 삼국시대 열반하신 고승의 마음처럼 맑았고 자연 그대로의 숲길은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듯 무성함이 시원하고 신비로운 자태였습니다.
계곡의 초입부터 오른쪽으로 즐비한 식당가와 반대쪽 길엔 주차한 차량들이 엉켜있어 휴가철 풍경이 그러려니 하면서 오르다보니 주차장이 나타나고, 주차장에서 차를 세우고 걸어 올라가야 한다는 안내자들에게 순종하고 걷다보니, 세상은 결코 공평한게 아니더군요. 수 많은 차량들이 줄지어 오르며 매표소 주차장 또는 영원사 절까지 올라가는데 좁은 공원도로를 걷는 사람은 우리뿐인데 이 차량을 피하기가 그리 쉽지 않더라구요. 일제 식민지 백성이던 부모에게 가정교육을 받아서 시키는대로 하라는대로 무조건 복종하던 우리네 세대들이 정말 단순하게 느껴졌습니다.
야영장 입구에는 전광판이 온습도 등의 현재상태를 친절하게도 알려주고, 얕은 계곡의 물가에는 다음세대들의 목소리가 숲과 어우러져 그냥 시원하다는 느낌으로도 청량감이 더해지는 곳이었습니다. 여기저기 형형색색의 텐트도 보이고 독립된 나라에서 태어난 부모를 만나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살아가는 여유로운 삶들이 부럽기만 했습니다. 나는 정부수립 이전에 태어난 고리타분한 사람이라 여름 휴가에는 농사일하시는 부모님 일손을 도우러 시골 내려가는게 당연지사였으니, 아이들에게 이런 추억을 만들어 주지 못했다는 때늦은 자책감도 들었구요.
차량이 교행할 수 없으니 길 가에 무단주차를 금지한다는 표지판이 곳곳에 서 있어도 자유로운 영혼들은 과태료 5만원을 두려워하지 않음에도, 땡볕이 조금만 나타나도 파라솔 먼저 펴드는 아내를 보면서 역시 세대간의 의식차이는 극명하여 하나되기 어렵다는 걸 실감하게 합니다. 유구무언(有口無言) 독구취식(獨口取食)인 아내와의 동행엔 언제나 이렇듯 입이 있으나 말은 없이 그냥 걷기만 하면서, 부부가 함께 살면서 삶을 마감하는 그날까지 사랑을 읇조리며 시처럼 음악처럼 낭만적인 연인으로 그렇게 살 수는 없는걸까 그런 부질없는 생각만 자꾸 떠 올랐습니다.
에어컨 바람과는 차원이 다른 치악산 계곡 바람을 온몸에 휘감으며 걷다보니 우리나라 보통 사람은 읽기 힘든 문자가 바위에 치악산 영원사라고 새겨져 있네요.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산(山)과 사(寺)만 겨우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내가 어린시절에는 조상님께 제사지낼때 지방을 써야하니 장남은 반드시 한자를 배워야 한다고 초딩 6학년때 서당에 보내셨던 아버지 덕택에 천자문과 소학을 익혔음에, 이렇게 한자로 새겨진 어려운 글자를 당당하게 독해할 수 있음도 감사했습니다.
영원사 입구에는 상원사로 가는 길 계단이 보입니다. 상원사는 은혜갚은 꿩과 뱀의 전설이 있는데, 옛적에 수행 깊은 스님이 어느날 산길에서 큰 구렁이가 새끼들을 품고 있는 꿩을 감아 죽이려는 걸 보고 지팡이로 뱀을 쳐서 꿩을 구해줬고, 그날 밤 뱁이 변신한 여인이 혼자사는 집에 스님이 묵었는데 여인이 스님에게 자정 이전에 상원사 종을 세번 울리면 구렁이가 승천할 수 있다는 부탁과 아니면 스님을 죽인다는데도 스님은 그 시간에 도저히 절에 올라 갈 수 없었는데 때 맞춰 종이 울렸고, 동이 터서 절에 올라보니 종루밑에 스님에게 은혜갚은 꿩과 새끼들이 피투성이로 죽어 있어 이 산을 치악산이라 불렸답니다.
영원사 가파른 언덕길에 사륜구동 짚차를 몰고 올라가는 보살님의 용기에 감탄하며 뒤따라 올라가 시원한 약수를 마시며 몸을 식히고, 상원사로 가고 싶었는데 출입금지 표지판이 보여서 아쉽지만 그냥 다시 내려와야 했습니다. 이 절은 신라시대 고승 의상조사가 신라의 북방방위를 위하여 문무대왕이 축조했다고 전해지는 영원산성을 수호하기 위하여 창건했다는 전설이 있으나, 육이오 전란으로 소실되어 중건했답니다. 영원사 입구의 가파른 언덕길에 잣나무 숲이 일렬로 도열하여 방문객이 흡사 귀빈으로 사열받는 느낌이 듭니다.
둘레길 걷는 길이 아무리 시원하고 좋다한들 섭씨 38도에 육박하는 한낮의 기온을 이겨낼 재간이 없으니 등줄기에 흐르는 땀으로 등산복 상의는 젖은 옷을 걸친 듯 검은 그림을 그려냅니다. 우리들만 걷는 한적한 길이라서 바로 옆 계곡에 발이나 담그자며 잠간 멈추었습니다. 발을 담그니 얼마나 시원하고 좋았는지 그냥 저절로 웃통이 벗겨졌습니다. 나는 자동으로 등목을 했는데, 아마도 삼십몇년만에 등목을 하는 그 기분은 표현이 불가능하네요. ㅎㅎ 자연인.... 절정인 벤처기업 오너의 바로 그 모습 그대로 독불장군의 희열이였습니다.
몸이 그냥 시원하고 가벼워서 뛸 듯이 총총거리며 내려오는데, 갑자기 50년 전 군대 시절에 5박6일간 생존훈련을 했던 곳이 이웃 판부면 서곡리 백운산이라는 기억이 떠 올랐습니다. 이런 계곡에서 가재와 개구리 그리고 뱀을 잡아 생으로 먹었고 민가에 들어가 마른 옥수수를 훔쳐서 불을 피울 수 없으니 그냥 씹어 먹으며 극한상황을 체험했던 그 때 그 시절이 뜬금없이 떠 오르네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기에, 내 건강함이 향후 십년 후에는 지금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없으리라는 생각에 그냥 아쉬움이 되네요.
또 우리의 산행은 먹거리로 마무리하면서 먹거리 많은 곳은 주차가 힘들어서 주차가 용이한 국도변 막국수 집에 들렀습니다. 거의 매일 외식이 일상화된 요즘에 무미한 음식은 오랜만에 먹었습니다. 감자부침개는 주문 후 20초도 안되어 식은 채 나왔고, 중국산 메밀로 만든 비빔국수 단일 메뉴는 왜 먹어야 되는지 모르겠더군요. 그래도 손님이 바글바글하기에, 왜 그런가를 다른 손님에게 물었더니 시원한 동치미 국물땜에 이집을 찾는다 하더군요. 덕분에 과식하지 않아서 감사했습니다.
돌아오는 길, 덕평휴게소 공원옆 야외 벤치에서 아이스 커피를 한잔 씩 마시고 있는데 옆에 개를 안고 끌고 오는 가족이 세팀이나 되는군요. 사람판 개판...이라는 생각이 머릴 스치면서 시인이신 늘샘 초희님의 댓글이 생각났습니다. 소, 돼지, 말, 닭, 오리등 모두 식용 가능한데 왜 개고기는 안되냐는... 글쎄요, 난 보신탕을 안 먹습니다. 다른 좋은 먹거리도 많은데 하필 개고기냐 싶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사람보다 나은 개가 많다는 겁니다. 사람이 사람을 배신하는 세상에서 충성된 동물 중 으뜸인 개와 어린시절 가족처럼 지냈던 추억이 지금도 그립습니다.
- Total
- Today
- Yesterday
- 피톤치드
- 경기대학교
- 서봉산
- 여우길
- 기천저수지
- 백범길
- 황성공원
- 쑥부쟁이둘레길
- 화랑호수
- 당정근린공원
- 서울둘레길
- 골프장둘레길
- 산들길
- 바람길숲
- 향토유적 숲길
- 우음도
- 광교산
- 화랑유원지
- 동물원둘레길
- 가족
- 수원팔색길
- 중랑둘레길
- 모락산둘레길
- 감사
- 소래습지생태공원
- 성경타자
- 임영대군
- 동방저수지
- 설날
- 구로올레길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