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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다산길

영대디강 2018. 6. 10. 13:54

경기도 남양주에 조성된 둘레길 13개 코스 179.8Km 중에서 한강을 따라 물길을 바라보며 걷는 대표적인 1코스 : 한강나루길, 2코스 : 다산길, 3코스 : 새소리 명당길이 있으며, 유월 두번째 토요일에 우리는 다산 정약용(1782~1836) 생가와 유적지를 돌아보는 다산길 제2코스 3.24Km를 세바퀴 왕복하며 만보를 넘겨 걸었습니다.

자전거 전용도로로 줄지어 트래킹하는 젊은이들 모습을 싱그럽게 바라보며, 능내 삼거리 마재마을 연꽃단지에서 다산유적지까지 이어지는 2코스는 강물 주변을 따라 조용한 숲길과 야트막한 산길, 그리고 마을길이 어우러져 고향마을 안길처럼 포근한 장취를 맛보며 걷기에 아주 좋았습니다. 연꽃마을에서 강물과 어우러져 바라다보이는 팔당댐의 예술적인 아치가 절로 탄성을 부를만큼 아름다워서 걸음을 멈추고 찰칵!

오늘 출발하기 전, 그늘이 있는 호숫길을 물색하다가 남양주에 사는 아내의 60년지기 절친 왕십리초딩 동창들과 지난 가을에 한번 걸었던 기억이 있다는 이유로 이 길을 선택했지만, 그래도 중간 중간에 햇볕을 피해 양산을 드리워야 하는 한손잡이 환자에겐 조금 버거워 보입니다. 그래서 내가 왼쪽에 붙어서 걸으며 파라솔을 잡아 주었더니, 마주 오는 사람들에게 걸치적거려서 피해를 줄 수 있어 싫다니 어쩌겠습니까? 1004.

아직은 연꽃의 계절이 아니라서 연못에는 내일에 꽃 피울 수련의 이파리 자태만 볼 수 있었습니다. 더욱 자세히 조망하라고 만들어 놓은 조망대 위 망원경만 쓸슬히 아름다운 내일을 꿈꾸고 있더군요. 2코스 걷는길 중간 중간에 그늘터널과 잔디광장, 실개울, 조망대와 산책로, 생태습지, 수생식물원, 실학박물관 등을 조성하여 심심하거나 지루하지 않도록 잘 만들어 놓았더군요.

거북섬을 지나 야트막한 산길로 접어드니 1.2Km쯤에서 고즈녁한 농장이 얼굴울 내미는데, 그 농장이름이 너무 멋지더군요. 아조타농장(Azota farm)... 정말 좋은 이름이었습니다. 아! 좋다~~하며 탄성을 지를만큼 농장의 모습이 그리 풍요로운 정경으로 보여지진 않았지만, 내가 보기엔 마음이 넉넉하신 분들이 여유롭게 농사하시는 곳이리라 여겨졌습니다.

마을길 입구에는 덩그라니 남양주시 종합관광안내도가 버티고 서 있습니다. 뜬금없이 여기에 왜 이런 커다란 안내판이 위치하고 있는건지 이해하고 싶진 않지만, 좁은 길목에 빼곡히 주차된 마을 주민들과 요식업소 방문 승용차들을 보노라니 이런 큼지막한 관광안내도 대신에 주차장으로 만들어 놨으면 차라리 외지에서 찾아 온 관광객들이 좀 더 편하게 구경하지 않았을까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산은 그가 살았던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전반이 농경사회에서 상공업사회로 변화 발전하는 시대라서 성리학이 시대적 소명에 맞지 않아 새로운 기술문명과 부국강병을 북학사상에 수용하였고, 토지의 공유와 균등분배(均田論)를 통한 경제적인 평등을 실현코자 했던 그의 사상이 토지는 농민에게만 점유되어야 하며 경작능력에 따라 토지점유와 소득분배에 차등을 두어 통치권의 근거를 백성에서 찾는다는 민권사상가입니다.

다산만필, 소학보전, 삼창고훈, 이아술, 기해방례변, 아학편훈의, 주역사전, 단궁잠오, 상례외편, 예의문답, 제례고정, 다산문답, 가례작의, 상례사전, 시경강의, 시경강의보, 상서고훈수략, 매씨서평, 소학주천, 아방강역고, 상서지원록, 민보의, 춘추고징, 역학서언, 논어고금주, 맹자요의, 대학공의, 중용자잠, 중용강의보, 대동수경, 소학지언, 심경밀험, 악서고존, 상의절요, 경세유표, 목민심서, 국조전례 등 다산의 문집이 260여권이랍니다. 

군에서 제대 후 고시 공부한답시고 개나리 봇짐하나 달랑메고 빈몸으로 들어간 만덕산 백련사에서 시시때때로 다산초당을 찾았던 기억으로도 너무 정겨운 만남이었습니다. 서울로 올라 온 후 사는게 바쁘단 핑게로 찾지 못했던 윤화자 어머님을 십수년전에 사업 실패 후에야 겨우 찾아 갔었지만, 16개월 동안 내 뒷바라지를 해 주셨던 그 분을 아시는 분이 동네에 살지 않아서 무척 슬프고 가슴아린 추억도 함께 되살아 났습니다.

아내는 말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야 뭐 너무 잘 걸으니까 굳이 말(馬)이 필요없기도 하겠지만, 이렇게 둘이서만 타고 걷고 때론 마주 앉아서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실때 조차도 침묵은 항상 우리와 동행합니다. 그래서 내가 또 시비를 걸었습니다. "최백호의 노래 낭만에 대하여... 를 알지?" 고개만 끄덕입니다. "낭만이 뭔데?" "낭! 만!" 혹시나....하는 기대는 언제나 같은 결과를 만나게 됩니다.

침묵의 시간은 또 이렇게 스마트 폰을 만지작거리는 손가락 장난으로 이어지고, 멍청하게 아무생각 없이 마주 앉아있는 나를 스마트 폰 카메라로 찍는 소리가 납니다. 길을 가다가 마주치는 사람들 중에 잘 생기고 이쁜 모습을 가진 노인을 아직 본 적은 없지만, 금계국 노오란 꽃망울 속에서 찰칵~ 토요일 또 하루가 이렇게 저물어 가고 있네요. 이미 기억조차 희미한 청춘을 세월속에서 더듬어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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