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연 사흘 비바람으로 오월의 가운뎃날들을 쉼표로 조심스레 금을 긋더니만, 토요일엔 맑고 푸르른 하늘에서 서늘한 바람까지 흩뿌려 몸과 맘을 들뜨게 하였습니다. 우린 또 근질거리는 몸과 맘을 달래려고 노오란 황토빛 강물이 여울되어 노래하는 여주 강천보를 찾았습니다.
당초 목적은 이웃한 강천면 걸은리 소재 처가의 선산에 계신 장모님 유택에 26주년 기일을 기억하며, 생전에 못다한 자녀된 도리에 대한 미안함과 아울러 늘 가슴속에 담고사는 감사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표현하려고, 향기없는 화분으로 먼저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여강(驪江)은 남한강을 여주 사람들이 부르는 별칭이랍니다. 강원도 횡성을 돌아서 흘러온 섬강(蟾江)과 충청북도 충주에서 내려오는 남한강이 하나로 만나서 여강이 되었답니다. 그냥 바라보기만 하여도 가슴이 먼저 설레이게 만드는 신록의 계절 오월에 강천보의 교량을 건너면서 인공구조물의 그 아름다운 모습에 취하여 우린 사진으로 남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강천보에서 강천섬까지 여강길을 돌았습니다. 딱 우리 두사람 뿐이었습니다. 쓸쓸하리만큼 한적하고도 여유로운 길을 말 없이 걷는 우리들의 모습은 차라리 애처러워 보일 수도 있기에 나는 또 농담을 걸었습니다. "4대강 사업을 왜 했을까? 그 분이 직접 여기 다녀갈리 없음에도 이 토목사업을 역점으로 추진했던 이유는 우리 부부가 오늘 찾아 오리라는 예측 때문이었겠지? 우린 이나라의 서민대표 VVIP이니까..." 무반응....
처음 계획은 강천교에서 바위늪구비~남한강교~대순진리회~목아박물관~금당교~신륵사의 코스로 약14Km의 여강길 3코스를 걸어보려 했습니다만, 한강살리기 기념문화관 주차장에 신세를 져야했기에 코스를 바꿨습니다. 나뭇그늘 하나 없이 황토색으로 포장된 시멘트 길 삼십리를 질기게 붙어있는 껌딱지 논네와 함께 땡볕 길을 걸어야 하는 낭만적인 여인의 마음을 내가 헤아릴 수 있었을까요?
기대했던 것보다는 너무 짧았던 걸음 탓에 아직도 열정이 많이 남아서, 기념문화관 꼭대기 층 전망대까지 우린 기다리는 엘리베이터를 무시하고 걸어서 오르락 내리락 거렸습니다. 어둡고 침침한 층계를 걸으면서도 내가 만일 연애감정을 가진 젊은 피라면 이런 분위기를 가진 곳으로 일부러 안내하지 않았을까 싶은 엉큼한 속마음도 사알짝 품어봤습니다.
아내가 검색한 맛집인 사찰음식 전문점 걸구쟁이네를 찾았다가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외진 곳이라 우리를 포함하여 딱 두팀인 식사손님 중에 1974년도 같은 사무실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를 만났습니다. 그는 학교 선생님으로 되돌아갔고, 나는 다른 기관으로 전출갔다가 기업으로 나왔으니 44년 만에 20대 총각들이 70대 노인되어 부부가 함께 다시 만나게 된 겁니다. 정년 퇴직 후 고향으로 돌아왔노라는 친구와 미주 앉아 우연이란 과연 존재할까 그런 생각하며 옛이야기 나누다보니 무슨 음식을 먹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아침형이라서 서둘러 집을 나섰던 이유로 목적했던 곳을 돌고 돌아서 점심까지 먹었음에도 오후 한시 남짓이라 아내는 또 스마트 폰을 들고 검색창을 엽니다. 가까운 곳 황학산 수목원을 찾았습니다. 입장료가 무료라서 그런지 많은 관람객들이 가족단위로 삼삼오오 모여앉아서 여유로운 5월을 한가롭게 즐기는 모습이 아름답고 정겹습니다.
이제 우리 삶에 남아있는게 여유로운 시간하나 뿐이니 앞으로 한강수계를 하나씩 점 찍어가며 두루두루 돌아보자는 이야길 하면서 집으로 돌아 옵니다. 언제나 그렇듯 돌아오는 길에는 아내가 운전대를 잡습니다. 조수석에 머릴 기대고 앉아 오늘 하루 있었던 정말 신기한 기억을 띄웁니다.
한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사전에 서로 연락을 하고 시간과 장소를 정해 놓고도 더 중요하고 급한 일이 생기면 만나기가 어려운데, 한적한 시골 밥집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가 20대시절 친구를 노인되어서 그것도 짝지어 우연하게 만난다는게 아무리 생각해봐도 참으로 신기하네요. 그래서 사람은 죄를 짓지 말고 살아야 한다는 어른들 말씀이 자꾸만 떠 오릅니다.
- Total
- Today
- Yesterday
- 가족
- 동방저수지
- 동물원둘레길
- 향토유적 숲길
- 골프장둘레길
- 중랑둘레길
- 광교산
- 소래습지생태공원
- 화랑유원지
- 우음도
- 백범길
- 경기대학교
- 구로올레길
- 임영대군
- 설날
- 당정근린공원
- 기천저수지
- 모락산둘레길
- 쑥부쟁이둘레길
- 수원팔색길
- 산들길
- 바람길숲
- 감사
- 성경타자
- 화랑호수
- 서봉산
- 여우길
- 황성공원
- 서울둘레길
- 피톤치드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