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나의 이야기

김천 덕곡체육공원

영대디강 2018. 4. 29. 14:14

별다른 취미생활이 없어서 일하기를 즐기는 탓에 출장이 잦은 편이지만, 출장도 역시 너무 즐기며 좋아하는 내 아마추어적인 업무 특성상 이번 출장은 경북 드림밸리라 이름하였던 김천혁신도시입니다.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정책으로 지금은 율곡동이라 부르는 이곳에는 한국도로공사, 한국건설관리공사, 한국교통안전공단,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국립종자원, 한국전력기술, 기상청 기상통신소,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시험연구소, 국립식물검역원, 대한법률구조공단, 우정사업조달사무소, 조달청 품질관리단,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등 13개 기관이 입주해 있습니다.

2005년도에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이전을 기획했으니, 기관들이 입주한지도 벌써 십 몇년이 흐른 것 같은데, 아직도 이곳 상가건물은 1층부터 거의 비어 있어서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마음에 뭔지모를 쓸쓸함이 깃들게 만듭니다. 대다수의 방문객들이 이용하는 KTX 구미김천역 주변에는 숙박업소가 없습니다. 이웃 지좌동이나 지산동을 이용하여야 하는데, 택시조차도 잘 다니지 않는 곳이라서 여기서 나가는 교통편이 또 마땅치 않습니다.

출장을 자주 오는 편이라서 가까운 지좌동에 단골 숙박업소를 만들어 놓고 거기서 숙박을 합니다. 나는 어려서 부터 몸에 밴 규칙적인 생활탓에 매일 새벽 5시가 되면 장소를 불문하고 숙소밖으로 나와 운동을 합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여명의 새벽을 근처 덕곡체육공원에 나와서 하루의 시작을 운동으로 했습니다.

하루 24시간이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주어지지만, 나는 이 새벽 운동 시간이 하루 중 제일 좋습니다. 긴 밤의 어둠이 물러가는 여명의 시간을 가만히 앉아서 맞아 들이기엔 내 가슴의 설레임이 용납하지 않기에 일상처럼 나는 양손에 작은 아령을 들고 이 새벽을 맞으러 밖으로 나옵니다.

체육공원 양 옆으로 경부선 기차철로와 KTX철로가 지나갑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 이 공원 양 옆으로 개설되어 있습니다. 엊그제(4월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 정상이 서로 포옹하며 적대행위를 중단한다는 발표에 온 세계가 흥분하여 연일 그 소식이 매스컴을 도배질합니다. 비판적인 견해를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제는 동서간/세대간/계층간의 갈등도 허물어지는 그날이 어서 오기를 간절한 바램으로 기원해 봅니다.

왜 우리는 전 인구의 절반이 살고있는 수도권에서만 살아야 하는걸까요? 바람결도 시원하고 미세먼지도 없이 공기도 맑으며, 그렇게 규모가 큰 공원은 아니지만 잘 정돈된 이 공원은 운동삼아 걷기도 좋고, 아이들과 산책하기에도 안전하고, 시설도 역시 최상의 조경들로 깔끔하고 이쁘게 군데군데 조각작품들도 눈을 즐겁게 하면서, 스피커에서는 음악까지 흘러나와서 기분도 절로 업되는 정말 너무 좋은 곳입니다.

배드민턴장, 농구장, 배구장, 족구장 중간 중간에 평행봉 등 운동기구도 많고, 더구나 여긴 지진이 났을때도 안전한 옥외대피소로 지정이 되어있다 하네요. 둘째 사돈이 태어나서 초중고 시절까지 살았던 곳에 당시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차관급이던 파워로 발전시킨 고향땅이라 자랑하던 이곳에서 한시간 남짓 운동을 마치고 돌아나오려는데, 입구 관리시무소 화이트보드에 누가 썼는지는 잘 모릅니다만, 달필은 아니라도 마음에 와 닿는 옛 시조를 칠언절귀로 써 놨네요.

주식형제 천개유(酒食兄弟 千個有) 급난지붕 일개무(急難之朋 一個無): 밥친구 술친구는 수천명이로되 내가 급할 땐 주변에 아무도 없느니라... 라는 문구를 곱씹으며 나를 돌아다 봤습니다. 이웃과 친지들에게 나는 과연 도움이되는 사람이었을까? 정말로 이기적인 삶을 살아온 나는 이웃은 커녕 내 형제자매에게도 별로 도움이 안됐다는 생각에 미치자 깊은 한숨이 여울처럼 가슴을 때리네요.

이곳엔 김천교도소도 있지만, 교회와 성당이 유난히 많아서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새벽길에 마주하는 십자가 불빛이 참회의 시간을 갖도록 인도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지나온 내 삶을 돌아보며, 돌이켜 다시 잘 살아보기엔 이젠 너무 늦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과 함께 먹고 살기위해 앞으로만 내닫듯 살아온 날들에 대한 잘못을 이제사 구구절절 회개하게 되네요.

연초록 이파리들이 속삭이듯 즐겁게 색칠하는 이렇게 싱그러운 2018년 봄날, 이제는 이 땅에 미워하고 욕하며 서로 삿대질하는 어둠이 걷히고 서로 격려하고 포옹하며 맑고 밝은 곳에서 희망찬 내일을 열어가는 우리 후손들이, 한국인의 자존감과 자긍심으로 살아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합니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강길  (0) 2018.05.20
서삼릉 서오릉  (0) 2018.05.06
왕송호수 캠핑장  (1) 2018.04.22
마장호수와 감악산 출렁다리  (0) 2018.04.08
횡성호수 둘레길  (0) 2018.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