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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충주호 종뎅이길

영대디강 2018. 7. 29. 15:00

여름에 걷기 좋은 곳 10선에 올라온 충주호 종뎅이길을 찾았습니다. 그 동안 아내의 오른쪽 어깨근육 수술 후 어깨벨트로 오른팔을 고정시켜서 운전을 할 수 없었는데, 지난 주에 벨트를 풀게되어 운전교대가 가능한 이유로 좀 멀리 떠났습니다. 가는날이 장날이라더니 여름 휴가철 피크데이라 그런지 고속도로위에서 인내력 테스트까지 받으며, 두시간거리도 채 안되는 곳을 중간에 휴게소도 들리지 않은채 내딜렸음에도 꼬박 세시간을 넘겨 겨우 도착했습니다.

충주호 종뎅이길은 오른쪽으로 충주호를 바라보며 심항산 자락 6.2Km의 나뭇그늘 사이로 걷는 조용하고 아늑한 길입니다. 종뎅이라는 명칭은 이곳 상종마을과 하종마을을 충청도 발음으로 느릿하게 부르는 옛이름이랍니다. 평소 휴일이면 하루에 이천명 정도 이용한다는 마즈막재 제1주차장에 주차를 시켰는데 겨우 두세대 차량이 방문객의 전부네요. 평소 주말에는 버스전용차선의 혜택을 보려고 승합차를 매번 이용하는데, 이번엔 휴가철 캠핑을 떠난 세찌네에게 승합차를 양보했더니 흙 먼지가 회오리로 휘날리는 주차장에도 승용차는 달랑 내 차 한대 뿐이더군요.

주차장에서 오솔길 진입로까지 약 0.8 Km는 도로를 따라 걷는데, 도로와는 나무무늬 데크로 난간을 안전하게 만들었고 바닥면에는 야자수로 만든 친환경 매트가 깔려 있으며, 길 옆 가로수가 그늘까지 만들어 줘서 한여름 땡볕에도 무리없이 걷도록 잘 닦아놨습니다. 다만, 이곳에 한번쯤은 다녀갔음직한 산행객들은 도로 옆 공터 나뭇그늘이 시원한 곳에 주차를 해 놔서 얌체스런 생각이 조금 들기는 하지만, 사실 시샘하는 마음이 솔직하게 더 컸습니다. 

오솔길 숲길은 초입에서 부터 내리막으로 들어서니, 곧장 평탄한 길이 참나무 숲으로 줄지어 나타나고 조금 걸으니 생태연못이 나와서 한폭의 자그마한 산수화 그림이 됩니다. 숲이 너무좋다는 느낌과 앞장서서 걷는 아내가 햇볕이 조금만 나타나도 양산을 펴드는 양팔 사용에 대한 감사를 하다가, 또다시 본성인 밴댕이 소갈머리가 됩니다. 하루살이 떼들이 달려 들어서 잎과 눈과 코를 간지럽히고 마음을 어지럽혀서 모자를 벗어들고 양손 휘몰이를 해 봅니다. 이눔들이 모두 암컷일까 그래서 나 같은 논네도 수컷으로 냄새맡아 모여드는걸까... 이눔들이 만약 이틀살이라면 절대로 노청을 가려서 덤빌텐데....ㅎㅎ

심항산을 휘도는 숲길 코스가 호수를 품고 있어서 얼핏보면 하트모양이라서 이 길을 걸으면 사랑이 깊어진다는 속설이 있다는데, 우리를 제외하더라도 두팀이 더 짝지어 걷는 모습이 보입니다. 조용하고 한적한 길을 둘이서 걷다보면 그럴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기에, 우리 부부를 다시 한번 돌아보니 한마디 말도 없이 그냥 걷기만 하는군요. 혹시나...는 언제나 역시나...로 결론나기에, 인공 별모양으로 민든 충주호 별 앞에 나 홀로 그냥 멈춰 섰습니다. 신경림 시인의 별을 찾아서....

잘 가꾸어 놓은 고요한 숲길과 국내 제일의 규모인 호수가 어우러진 이 곳을 온통 초록빛으로 감싸 안고 지고 휘몰아 걸으니 덩달이로 나도 젊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드믄 드믄 중간에 쉼터도 있고 정자도 있지만, 쉼표가 없는 내 짝꿍을 뒤따르다보니 운동만 있고 낭만은 전혀 안보이더군요. 그래도 끄트머리쯤에 출렁다리가 있다해서 거기에 기대를 했는데.... 장난감처럼 작고 우아한 주황색 다리를 건너면 상종마을이라는데 이건 영 아니다 싶은 느낌이, 크고 높은 출렁다리를 여러곳 다녀 본 산행객의 건방짐 때문이더군요.

호수를 한바퀴 돌아 숲길을 빠져나오면 계명산 자연휴양림이 나타납니다. 상수리나무 갈참나무 등 참나무 종류가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 이 곳은 정말 치유의 숲이라는 이름이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충주시 동쪽으로 충주호와 사이에 솟아오른 계명산은 예전에는 영남과 서울을 잇는 교통의 요지였으며, 남쪽의 남산과 초생달 모양으로 산맥이 서로 연결되어 있답니다. 우리는 774m 계명산 정상부의 산세가 험하다기에 그냥 밑에서 올려다 보기만 했습니다.

삼국시대에는 심항산으로 불렸다는 이 산에는 지네가 너무 많아서 백제 때 한 촌로가 산신령에게 치성을 드렸더니 어느날 밤 꿈에 한 노인이 나타나서 지네가 닭과 상극이니 닭을 키워보라 하여 닭들이 지네를 잡아먹어 지네가 없어졌고, 산골 여기저기 닭이 많아 닭 울음소리가 곳곳에서 들려 계명산이라 불렀답니다. 오늘은 우리가 머물렀던 네 시간동안 닭 울음소리는 종뎅이 동네에서도 전혀 듣지 못했습니다.

이번 종뎅이길 걷기는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는데 우린 모처럼 뜻을 같이 했습니다. 엄청나게 덥고 짜증스럽게 지리한 요즘의 날씨에도 충주호의 숲길은 너무 포근하고 시원하였습니다. 종뎅이길 한바퀴를 돌아드니 약수터 샘물이 한바가지 웃음으로 시원하게 우릴 맞았고,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우드득 쏟아지는 소나기가 너무 너무 시원하게 우릴 반기며 감싸줬습니다. 힐링의 종뎅이길에게 다시 한번 더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종뎅이산 미즈막재 주차장에 서 있는 충주시 풍경길 안내판에는 8개의 명소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제 다음에는 또 어느 코스를 택해서 발걸음을 옮길건지 내일을 기대하면서 비내길, 하늘재길, 사래실 가는 길, 중원문화길, 새재넘어 소조령길, 반기문 꿈자람길, 대몽항쟁길을 더듬어 보겠습니다. 주렁 주렁 열린 사과나무 가로수 길을 풍료롭게 걸어가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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