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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의왕 백운산

영대디강 2018. 9. 23. 13:37

 

경기도 의왕시 왕곡동 백운산 아랫동네에 사방 십리로 펼쳐진 청풍김씨 마을 왕림동을 지나 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 본사 용주사의 말사인 백운사를 이른 아침에 찾았습니다. 여기서부터 백운산 등산로가 시작되거든요. 어젯밤에 소나기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자리인 시멘트 바닥이 젖은 상태라서, 이 근처에서 가장 높고 큰 백운산을 향해 왼발로 첫걸음을 내딛자 마자 미끄덩~ 하며 출발에서부터 정신을 바짝 차리라고 경고가 먼저 옵니다.  

현재의 백운사는 절 아래 왕림마을에 살던 청풍김씨가 고종32(1895)년에 현재의 자리로 옮겨 중창하였고, 절의 내력은 명확하지 않지만 백운사는 근대 한국불교사를 대표하는 선승인 금조(金烏) 대선사가 머물면서 수행승들을 지도했던 곳으로 유명하다네요. 1971년에는 비구니 정화(貞和) 스님이 주석하면서 도량을 개수하여 현재는 2002년에 중건한 대웅전을 비롯하여 요사채 1채와 가파른 오르막길 옆에 해우소 1채가 있는 작은 규모의 사찰이라고 안내판에 쓰여있네요.

청풍 김씨 가문이 조선 중기 이후 줄줄이 부자(父子) 영의정에 삼정승과 육판서를 배출하여, 조선의 명문가로 자리 잡은 것은 이 산의 정기를 받았기 때문이라네요청풍 김씨들이 이곳에다 산소 자리를 잡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전설이 있답니다. 옛날 풍수지리에 밝은 두 지관이 팔도 유람을 하다가 이 근처를 지나던 때, 큰 봉황이 알을 품고 있는 듯한 형상을 한 이곳의 한 가옥을 그들은 혈처로 보았고, 그래서 명당의 반응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몰래 마루 밑에 땅을 파고 솔잎을 묻어 두었답니다. 그리고는 1년 후에 다시 와서 솔잎이 어떻게 변했는지 보자고 하였는데, 이 집에 놀러왔던 김인백(金仁伯)의 아들 극형(克亨)이 이들의 얘기를 들었고, 일년 후에 그는 지관들이 오기로 한 날짜보다 앞서 이곳에 찾아와 마루 밑에 묻어둔 솔잎을 확인해보니, 솔잎은 어느 때부터인가 누런 황금빛으로 변해 있어 이곳이 혈이라는 것을 안 김극형은 얼른 낙엽으로 떨어져 썩은 솔잎을 끌어다가 황금빛 솔잎과 바꾸어 놓았답니다. 그후 이 터를 집주인 석씨에게서 매입하여 어머니 안동(安東) 권씨(權氏)가 돌아가시자, 집을 헐고는 마루가 있던 자리에 장례를 치루었다네요. 그 후 안동 권씨 사후에 아주 큰 발복이 일어났답니다. 믿거나 말거나... 

그 후에 정말로 청풍 김씨 집안에는 여섯 정승이 계속 쏟아져 나왔다는 것이고, 당시에는 `사대육상(四代六相)`이라 불리우며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네요. 이후에도 수많은 인재가 이 가문에서 나왔고, 근세의 인물로는 구한말 이름 높았던 학자이자 독립운동가였던 김윤식(金允植)과 김규식(金奎植)이 있고, 소설 「동백꽃」의 작가 김유정(金裕貞)도 이 집안의 후손이랍니다. 그래서 그런지 산에 오르는 맑은 바람결의 청풍 기운이 등산객의 온 몸을 휘감아 돌고 산을 오르는 내내 영험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의왕 사거리에서부터 백운사까지 약 4km를 왕곡천변에 잘 조성된 삼남길로 거의 한시간 정도 걸었고, 백운사에서 약 1.1km의 가파른 길을 거의 한시간 쯤 오르니 해발 567m인 백운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좌로 걸어가면 바라산과 청계산, 곧장 걸어 더 오르면 광교산과 형제봉이라는 지도를 보며 우리는 지지대고개 방향으로 내려가기로 의견을 함께 했는데, 그 길로 들어서니 여기서부터는 수원시라는 팻말이 곳곳에 서 있네요. 수원 팔색길 중 제6색이라는 둘레길 표지도 있구요. 

수원팔색길은 8가지 색과 주제를 가지고 있으며, 일색(一色모수길수원시민과 가까이에서 함께하는 도심 속 생명의 길이고, 이색(二色지게길은 광교저수지의 수려한 자연풍경을 연결하는 수원의 대표적인 풍경길, 삼색(三色)은 매실길로 자연하천과 숲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생태자연길, 사색(四色)은 여우길로 광교저수지와 원천저수지를 연결한 녹음이 푸르른 길, 오색(五色)은 도란길로 영통 신시가지 메타세콰이어길을 연결한 녹음이 풍부한 가로수 길, 육색(六色)은 수원둘레길로 수원시와 타지역과 경계가 되는 길로 녹음이 풍부한 길, 칠색(七色)은 효행길로 정조대왕이 부왕(사도세자)의 현륭원을 참배할 때 왕래하던 길, 팔색(八色)은 화성성곽길로 자랑스러운 수원 화성을 거니는 역사·사적길이랍니다. 이 길은 제6색 수원둘레길이라네요. 

길이 아주 잘 정돈됐다는 느낌이 드네요. 가파른 오르막길에는 시멘트 길도 나타났다가 데크로된 계단도 만들어 놨고, 야자수 열매실로 만든 푹신함이 돋보이는 자연친화형 매트도 깔려 있으며, 중간 중간에 쉴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쉼터와 의자도 편안했으며 안내판도 곳곳에 있습니다. 다만, 의왕시에서 백운산을 올라갈 때도 등산객을 만났을때 그네들은 그냥 이야기하며 조용했는데, 수원시로 내려오는 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음악이나 라디오를 크게 듣는 모습이 돋보였습니다. 이 지역의 문화라는 생각으로 나를 바꿨더니 역시 열린 마음을 가진 맘이 넓은 분들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뀌게 되네요.  

헬기장에서 내려다 보는 의왕시 방향의 경치는 세상만사가 발아래 놓였다는 시원한 속트임을 만들어 주네요. 문득 부동산 투기를 근원적으로 잡아놓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이 풍경속 어딘가에 수년내 또 새로운 아파트 단지를 만들어 놓을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모두 이 자연이 자기것이라고 생각하나 봅니다. 이 자연에서 빈 손으로 태어났다가 그냥 빈손으로 돌아가는데, 왜 이런 자연을 그대로 후손에게 물려주지 못하고 훼손하고 변형하여 망가뜨려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부질없는 생각도 하면서 지지대 고개쪽으로 천천히 걸어 내려 왔습니다

네시간 남짓 산행을 하고나서 점심을 먹기위해 봉평메밀 막국수 집을 찾았습니다. 늦은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아니면 주문을 받으면 즉시 국수를 뽑는다는 그런 이유때문인지 잘 모르겠으나 자리에 앉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네요. 원래 말이 없는 우린 마주 앉아 또 멋적게 스마트 폰을 꺼내어 손가락 운동입니다. 김천에서 매일 아침 운동하고 덕곡체육공원을 돌아나오다 관리사무소 앞 화이트보드에 적힌 글귀가 찍힌 사진이 나타나네요.    

 이번에는 사람이 가져야 할 3가지 습관에 1) 일하는 습관, 2) 운동하는 습관, 3) 공부하는 습관 이라고 적혀 있네요. 누가 적어 놨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나랑 비슷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천에서 열심히 일하고, 아침이면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며, 시간이 되면 성경을 공부하는 습관... 이 세상을 살면서 후회없는 삶이 아닐까 싶어지네요. 나이와 관계없이 즐겁고 건강하게 운동하고, 맛있게 먹으며 근심걱정 없이 머리만 닿으면 잠들고, 재밋게 일하며 항상 감사하는 복 받은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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