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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한 해를 돌아보며

영대디강 2017. 12. 18. 11:37

모처럼 함박눈이 내리는 날 영하의 차디찬 새벽에도, 두터운 방한 외투로 온 몸을 꽁꽁 싸맨 채 가로등 불빛에 의지하여 미끄러운 길을 나섰습니다. 오랜 습관 때문에 하루 중에서 가장 좋아하며 즐기는 시간이 바로 이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뽀드득~ 뽀드득~ 한 발자욱 두 발자욱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정겹게 들려오는 낭만적인 소리에 행복감을 느끼며 아무 생각없이 걷다가, 문득 올 한 해를 어떻게 살았는지 되돌아보고 싶었습니다. 

 

작년 12월 31일 퇴근하면서 내 사무실 책상앞 벽에 아주 잘 보이도록 붙여놓은 올 해의 생활지표입니다. 지키지도 못한 지표였네요. 낙제점을 받았군요. 수 없이 많은 뒷담화를 내 입에서 뱉었던 기억들.... 그 분이 항상 나와 함께 하신다는 자각으로 봉사하며 살겠다는 약속도.... 빵점은 아닐지 몰라도 형편없는 점수를 받았군요.

내 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시는 고향 선산에서도 그렇게 살겠노라고 다짐하며 기도를 드렸었구요.

경기도 여주에 계시는 장인장모님 앞에서도 올 해는 그렇게 살겠노라고 다짐을 했습니다.

연초에는 그렇게 결심하고 다짐했지만, 실상은 열심히 놀기에 바쁜 시간들 이었습니다.

봄이 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비행기를 타고 남쪽으로 달려가 제주도에서 한 주일간 희희락락 즐겼구요.

다음달엔 곧바로 싱가폴로 날아가서 부부만의 오븟한 시간들을 보내며 애정어린 포즈를 사진으로 남겼네요.

또 다음달에 친구들과 부부동반으로 인도네시아 여행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유월에는 내가 건강하게 오래 살아줘서 고맙다며, 아이들이 워커힐 호텔에 가족 모두 모이는 자리를 만들어 또 사진을 찍었습니다.

여름이되니 대천해수욕장으로 불러내서 또 아이들이 시키는대로 쫄랑쫄랑 따라 내려갔습니다.   

 동유럽의 부다페스트 거리에서 또 40년 오래된 삶의 여정을 둘이서 함께 했다는 부부의 애정을 증표로 남겼군요.

그냥 놀러만 다니진 않았구요.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 작업으로 일하다가 모처럼 짬을 내서 강원도 정선 한반도 지형을 배경으로 찰칵~

 

이렇게 우리는 한 해를 둘이서 매 주말마다 과천, 의왕, 수원, 군포, 안양, 안산은 물론 전주, 진안, 경주, 포항, 진천, 음성, 안성, 충주, 제천, 옥천, 영동, 괴산, 단양, 청주, 홍성, 태안, 송도, 강화, 영흥도, 김포, 포천, 연천, 가평, 춘천, 인제, 양구, 강릉, 속초 등 둘레길을 향하여 발길 닫는대로 함께 걸으며 여러 증적을 남겼습니다.

지난달엔 삼각지에서 일하다가 점심시간에 잠깐 효창공원까지 걸어 올라가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이신 김구 선생님도 뵈었구요. 나는 한 평생을 내 자신과 가족을 위하여 살긴했지만, 나라와 이웃을 위하여 뭘하며 살았는지 너무 부끄러워서 그 분께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습니다.

아이들에게 이렇게 살라고 가르친 우리집 가훈입니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올 한 해를 돌이켜 보니, 너무 감사한 것 뿐이네요.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필요한 것 모두 부족함 없이 채워 주시고, 우리 가족 모두에게 행복한 삶을 허락하심에 감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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