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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집에서 함께 살아도 동행할 시간이 주말밖에 주어지지 않는 우리 부부가 지난 주말에는 한시간 남짓 광주-원주고속도로로 달려가서 강원도 원주의 소금산 출렁다리를 찾았습니다.
아내가 즐겨보는 TV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서 강원 원주의 소금산 출렁다리가 유명MC 유재석과 함께 핫 플레이스로 나왔답니다. 방송을 타서 그런건지 아니면 토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모르겠으나, 간현관광지 임시 주차장 관광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이 줄지어 출렁다리입구까지 수백미터의 줄서기를 해야했습니다.
오로지 외길이라서 어쩔 수 없이 그냥 줄서서 앞 뒤에 선 사람들의 일상 잡다한 이야기를 아무 생각없이 들어야만 했습니다. 뜬금없이 아슴한 기억의 저 편에서, 40여년 전 젊은시절에 오색에서 출발하여 설악동에 이르는 설악산 대청봉 등산길을 새벽 다섯시부터 밤 열시까지 중청에서 점심식사에 잠깐 쉬곤 종일 이렇게 줄지어 앞에선 사람의 발뒷꿈치만 바라보며 따라 걸었던 추억이 떠 오르더군요.
한 시간 남짓 기다림 끝에 국내 최장 최고 높이의 출렁다리에 올랐습니다. 하필이면 좁디좁은 길에 양쪽으로 줄지어 건너가는 사람들 가운데 길을 막고 서서 사진을 즐겨 찍는 사람들 뒤에 서게 됐습니다. 저 쪽 뒤에 줄지어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일랑 아랑곳 하지않고 자기들만 즐거우면 된다는 이런 모습이 바로 절경(切境:경우없는짓)일까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해 봤습니다.
간현관광지.... 섬강으로 내려와 모래밭을 거닐면서 50년 전 군대시절이 떠 올랐습니다. 1968년 1월 21일 김신조 사건 이후 우리군도 북한의 124군 부대에 보복하는 강한 군을 만든다며, 이듬해 2월에 간현유격장에서 야간 훈련을 하다가 우리는 집단탈영을 했습니다. 누군가 주동자가 있었던 게 아니고 그 얼음물이 가슴까지 잠기면 숨쉬기가 어려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우리 모두는 조교들이 몽둥이 들고 지켜선 이 곳을 피해 강건너 절벽앞으로 건너자고 선동한 것도 아닌데 그냥 건너 간 겁니다. 절벽 아래서 우리는 팬티바람이라 너무 추워서 굼벵이 집단처럼 서로의 몸을 맞대고 비비던 전우애가 그립습니다.
주동자를 찾아내어 처벌하겠다며 여기 머물며 훈련하던 4주간 내내 밤잠을 못자고 호된 기합을 받았지만 끝내 주동자를 찾지 못했던, 정말 아프고도 아름다운 추억이 생각나서 혼자서만 곱씹으며 빙그레 웃었습니다. 그 덕택에 나는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에 마주해도 무서움이나 두려움 없이 강인하고 담대하게 이겨내며 살았다는 감사함으로 웃었는데, 뭐가 그리도 좋으냐며 나를 바라보는 아내는 내 웃음의 의미를 과연 알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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