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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일 국군의 날이 지나고 하루건너 징검다리 휴일인 10월3일 개천절 아침에는 수원의 경기대학교를 찾았다. 오늘은 수원 팔색길 중 제4색인 여우길로 만보걷기를 위해 시작지점인 광교호수공원 공영주차장을 네비에 찍고 달려갔지만, 주차장 입구 몇십미터 밖에서부터 자동차들이 주르륵 후미등을 켜고 길게 외길이 막혀 있어서 편하게 걸으려고 경기대학교 주자장으로 차를 돌렸다.
여우길은 옛날에 여우가 많이 살았다는 전설에서 유래하여 명명한 길로, 광교공원과 광교호수공원을 연결하는 산책로와 음악분수 등을 즐길 수 있도록 연결한 걷는 길이며 총 거리 10.7㎞로 약 3시간 40분이 소요되는 평탄하게 걷기 좋은 도심코스이다.
일단 경기대학교 텔레컨벤션센터 앞에 주차하고, 그 이후부터 여우에게 홀린 듯 헷갈리기 시작하였다. 원천호수공원 원천저수지~봉녕사~광교공원~경기대학교(수원박물관)~광교역사공원~원천호수공원 원천저수지로 돌 수 있어 반나절이면 가능한 코스이다. 수원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사찰인 봉녕사에서는 800년 된 향나무를 만나고, 광교역사공원에서 370년 된 느티나무보호수의 정기를 받고, 수원박물관과 광교역사공원에서 다양한 역사 지식을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흥미롭게 출발하였다.
먼저 '빛어울 마당'을 만났다. 이곳은 경기대학교가 부지를 제공하고 수원시가 조성한 광장으로, 광장 이름은 시민공모를 거쳐 광교산을 의미하는 '빛'과 사람들이 만나 어우러진다는 뜻의 '어울'에 순우리말 '마당'을 합친 단어이다. 빛어울마당은 진입부에 해당하는 오름길, 계절에 따라 갖가지 꽃이 피는 무지개쉼터,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바람의 숲, 다양한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예술마당 등 네가지 테마로 꾸며져 있다. 매년 600만명 이상이 찾는 광교산에 휴식공간이 부족해서 아쉬웠기에, 이곳 빛너울마당은 산행객들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좋은 쉼터공간이 될 것이란다.
광교산 등산로 표지판을 따라 오솔길을 오르다가 선행(先行) 하는 산객에게 여우길을 걷고 싶은데 이 길로 가는게 맞느냐고 물었다. 첫번째 만난 젊은 산객은 서울 사람이며 처음 오는 길이라서 잘 모른단다. 두번째 만난 산객은 스틱을 양손에 들고 배낭까지 짊어진 전문산객으로 나이 지긋한 사람인데, 이 길로 올라가면 된단다. 조금 더 올라가면 갈림길이 나오니까 오른쪽 길로 따라가면 된단다.
그 분이 알려 준대로 첫번째 갈림길을 만나니 광교(경기대)역 표지판이 보인다. 산행객이 알려준 그대로 그냥 오솔길 따라 걸었더니 자꾸만 내려가는 길이라서 다시 경기대로 가는 느낌이 온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다시 뒤돌아 오르막길로 걷는다. 처음부터 두발로 걷기 위해 나선 산행이니 다시 돌아서 또 한번 걸어왔던 길을 그렇게 되짚어 걷는다고 달라지는건 아무것도 없다.
습관적으로 걷기 좋은 곳을 찾아다니며 걸었던 산책로와 둘레길 중에서도 오늘처럼 줄지어 많은 사람이 마주치는 산길은 몇년만에 처음이다. 광교산은 수원의 북쪽에서 오는 찬바람을 막아주며 시가지를 품에 안고 있는 수원의 주산으로, 햇볕이 들지않게 그늘지고 공기가 서늘하며 야자매트를 깔아 놓아서 안전한 걷기 코스이다. 능선이 매우 한적하면서도 완만하고 길 사이에 수목이 우거져있어 산림욕을 하거나 당일코스로 오붓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수도권 제일의 최적산책로라고 자신있게 추천하고 싶다.
수원에서는 2010년에 최초로 걷기 좋은 '수원 팔색길' 조성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했다고 한다. 시민 의견 수렴과 모니터링 등 과정을 더해 3단계에 걸쳐 8개의 걷기 노선이 만들어졌다. 옛길과 등산로, 하천길을 연결하고, 단절된 구간은 되살리고, 이정표와 쉼터 및 그늘을 만들어 시민들이 쉽고 편리하게 걸을 수 있도록 8개 코스의 팔색길을 만들었다.
‘팔색길’은 물을 따라 생명이 흐르는 ‘모수길’이 제1색, 나무하던 옛길을 따라가는 ‘지게길’이 제2색, 흙길의 따스함 느끼는 ‘매실길’이 제3색, 도심에서 여유롭게 즐기는 ‘여우길’이 제4색, 영통의 푸른 녹음을 만끽하는 ‘도란길’이 제5색, 수원 경계를 두 발로 돌아보는 ‘수원둘레길’이 제6색, 정조대왕의 효심을 되새기는 ‘효행길’이 제7색, 수원화성의 진수를 경험하는 ‘화성성곽길'이 제8색길이다.
수원시는 팔색길을 안전하고 걷기 좋은 길로 만들기 위해 주변 수목과 시설물을 유지·관리하고, 시민단체와 함께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운영했다고 한다. 코로나 이후 준비된 프로그램은 주춤하지만, 팔색길은 여전히 걷기를 좋아하는 시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단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업무스트레스와 갑갑하고 우울해진 집콕생활을 환기하기 위해서는 팔색길 코스 중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택하여 무조건 걸으면 만사 오케이라고 한다.
갑자기 기온이 한자릿수로 뚜욱 떨어져서 춥게 느껴지는 10월의 아침나절 이른시간에도 형제봉으로 오르는 사람들의 행렬이 너무 많아서 나는 문암골과 경기대 갈림길에서 한적한 길을 택하여 문암골 방향으로 걸었다. 이 산의 원래 이름은 광악산(光嶽山)이었으나 928년 왕건(王建)이 후백제의 견훤(甄萱)을 평정한 뒤 이 산의 행궁에 머물면서 군사들을 위로하고 있을 때 산 정상에서 광채가 솟아오르는 것을 보고는 "부처가 가르침을 내리는 산"이라 하여 '광교(光敎)'라는 이름을 내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광교산의 면적은 847ha이며, 해발 582m인 시루봉이 정상이다.
문암골로 향하는 능선엔 수목이 울창하여 여름에도 햇빛을 보지 않고 산행 할 수 있을 정도로 소나무가 빽빽하여 삼림욕이 가능하여 이 산의 백미로 꼽힌다. 중간길로 들어가되 개울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넓은 암반을 흘러내리는 와폭이 있고 이 골짜기로 올라가면 울창한 숲길이 나오며 곧장 장성사지로 올라가는 큰 길과 연결된다. 바로 이 길의 끝이 광교저수지로 연결된다.
예부터 광교산은 수원 8경의 하나로 불렸는데 광교적설(光敎積雪)이라 하여 광교산에 눈이 내려 나무에 수북이 쌓여 있는 경치의 아름다움은 8경 중에서도 첫 번째로 손꼽혔다. 1994년까지만 하여도 가을(1개월)과 봄(3개월)에는 산불 우려로 전면 입산 통제하였으나, 1995년 가을부터는 주민 휴식 공간 제공과 여가선용 기회 확대를 위해 연중 개방하고 있으며, 훼손된 등산로변과 자연경관을 산림자연환경 스스로가 회복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2003년 2월 1일부터 3년 단위 단계적으로 광교산 휴식년제를 실시 중이다.
은행나무 잎이 노오랗게 변한다. 인간의 손길이 잘 닿지 않는 외딴 곳에서 야생 상태의 은행나무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야생 은행나무는 멸종된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중국 저장성 일부 지역에서 자생하는 야생 은행나무가 발견되었다. 그러나 이 지역도 오래전부터 인간의 활동이 있던 곳이라, 야생 개체임을 분명히 하기는 어렵다. 은행나무의 열매는 무거워 널리 퍼지지 못하며, 악취가 심해 동물에 의해 이동되지도 못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은행나무는 오래전부터 사람에 의해 심겨진 것이다.
영동고속도로(고속국도 제4호선) 밑 지하도이다. 광교산 문암골에서 광교저수지로 통하는 길이다.
광교저수지는 경기도 수원특례시 장안구 상광교동에 위치한 댐 형식의 관개면적은 10ha 저수지로, 광교저수지 근처는 산책로와 공원이 잘 마련되어 있다. 특히 광교저수지 옆에는 광교산이 있기 때문에 등반객들의 왕래가 잦다는 특징이 있다.
저수지의 파아란 물빛을 마주하고 앉아서 푸르른 산을 바라보며 책상다리 자세로 명상을 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공감한다. 우리들의 삶에서 심신의 건강보다 더 중요한게 뭐가 있을까?
오늘은 한적한 편이지만, 평소 여름 주말에는 잔디밭 곳곳에 친 텐트로 여기가 공원인지 해수욕장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곳이란다. 광교저수지와 호수공원은 주차시설도 넉넉하게 완비되어 있고 좋은 시설도 많아서 이곳의 이용객은 대부분 관광객들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때문에 주말이 되면 항상 미어터지는 곳이라서 시간대에 따라 목제 데크 도보등 공원 내 일부 구역의 자전거나 보드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내가 이 땅에 태어나서 가장 오랫동안 살아가고 있는 아파트의 베란다에 조성된 녹색공간이다. 오늘도 늦둥이 손자 이수가 찾아와서 미니 정원에 즐겁게 물을 뿌려주는 모습을 흐믓한 미소로 바라본다. 이렇게 힘들여 가꾸지 않아도 잘 자라는 식물들이 일상을 나와 함께하면서, 의식주와는 직접 관련되지 않더라도 관상용 식물이 포근하게 함께 자리하고 있으니 내 삶도 초록으로 늘 평화롭고 평안함을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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