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구룡탐방로(原州)

영대디강 2023. 6. 18. 05:03

치악산국립공원주차장에서 내려 구룡사를 향하여 탐방로를 걷는다. 이곳은  3개의 주차장이 있으며, 바로 입구에 있는 치악산 국립공원주차장과 구룡사 매표소 있는 신흥동주차장 그리고 구룡사 바로  구룡사주차장이 있다. 주차장은 어느 곳이든 주차료가 없고 공원입장료도 물론 없지만, 나는 상큼하고 아름다운 길을 조금 더 걷기 위해서 맨 아랫쪽에 주차한 후 천천히 걸어서 여유롭게 올랐다.

탐방로라고 표시된 안내 표지판을 따라 오르면서 먼저 구룡야영장을 만난다. 이곳은 강원도 원주시 소초면 학곡리 920에 위치해 있는 자동차 야영장이다. 입구부터 줄지어 앉아 있는 카라반이 숙소의 개념이므로 카라반에는 냉장고, TV, 소파, 침대, 화장실이 모두 갖춰져 있으며, 6인용 규모라서 동일한 크기란다.

일기예보에서 오늘은 영상 31도까지 올라가는 폭염 수준이므로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땡볕을 조심하라고 했는데, 여기는 나뭇그늘이 촘촘하게 드리워지고 졸졸졸 물이 흐르는 계곡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까지 더해져서, 이곳 숲길을 걷는데 느낌은 한마디로 어둡고 여름날에 쌀쌀맞도록 춥다. 

걷기에 편안하도록 평탄하게 잘 조성된 탐방로에는 흔들흔들 일렁이는 느낌도 맛보라며 이런 출렁다리도 만들어져 있다. 비록 몸이 흔들리고 교량이 출렁이는 그런 느낌은 없었지만,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이 소원을 적어서 걸어놓은 연꽃모양의 소원등이 줄줄이 매달린 모습도 삶의 바람이라서 아름답다.  

계곡에 널부러진 바윗돌 위로 사람들이 건너갈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작은 교량도 역시 예술적 작품으로 탐방로 곳곳에서 운치를 더해주는 포토존의 모습이다. 

황장목(黃腸木) 숲길이다. 소나무의 속이 노랗다고 하여 황장(黃腸)이며, 금강소나무로도 불린다. 옛날 중국에서 천자와 제후의 곽을 제작할 반드시 고갱이를 것은 고갱이가 단단하여서 오래 지나도 썩지 않는 반면, 갓재목(白邊) 습한 것을 견디지 못하여 속히 썩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백변을 쓰지 말고 황장을 연폭(連幅)하여 조성하게 하였다. 황장목은 현실(玄室) 재궁을 안치하는 자리의 평상으로도 쓰였다. 황장목의 조달을 위해 조선에서는 강릉이나 영해 몇몇 지역을 벌목을 금지하는 봉산(封山) 지역으로 지정하여 관리하였다.

구룡사(龜龍寺) 강원도 원주시 소초면 학곡리에 위치한 절로 치악산 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대한불교 조계종 4교구 본사인 월정사(月精寺) 말사이다신라의 고승 의상(義湘) 668(문무왕8) 세웠다고 전해지며, 창건 당시 이름은 구룡사(九龍寺)였던 것을 조선 중기 이후부터 '아홉 ()'자를 '거북 ()'자로 고쳐 오늘에 이른다고 한다. 신라말·고려초 도선국사의 비보사찰중의 하나로 수많은 고승의 발자취가 남아있다.

의상(義湘)의 창건에 얽힌 설화가 전하고 있다. 원래 지금의 절터 일대는 깊은 ()로서, 거기에는 아홉 마리의 용이 살고 있었다. 의상이 절을 지으려 하자, 용들은 이를 막기 위해서 뇌성벽력과 함께 비를 내려 산을 물로 채웠다. 이에 의상이 부적(符籍) 장을 그려 연못에 넣자 갑자기 연못 물이 말라버리고, 마리는 눈이 멀었으며, 나머지 여덟 마리는 구룡사 앞산을 여덟 조각으로 갈라놓고 도망쳤다. 의상은 절을 창건한 이러한 연유를 기념하기 위해서 이름을 구룡사(九龍寺) 하였다고 전한다.

구룡사 입구의 일주문을 지나게 되면 기이하게 만든 건축물이 나타난다. 옛 구룡분교 터에 자리잡은 삼천불전 카페이다. 삼천불전의 삼천불은 과거의 천불, 미래의 천불로 삼세를 두고 삼천불을 모신다는 의미가 있는 3층 건물이다. 카페에 올라가서 커피를 한잔 마시며 구룡의 계곡에 묻힌 속세를 내려다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오늘은 왠지 그냥 꾹꾹 눌러 욕망도 참아두고 싶었다.

구룡사는 수찰(首刹) 지위를 지켜왔다. 그러나 조선 중기 이후부터 사세가 기울어지자 어떤 노인이 나타나 이르기를 입구의 거북바위 때문에 절의 기가 쇠약해졌으니 혈을 끊으라.”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거북바위 등에 구멍을 뚫어 혈을 끊었지만 계속 사세는 쇠퇴하였으므로, 거북바위의 혈을 다시 잇는다는 뜻에서 이름을 구룡사로 불러 그대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조 숙종 32(1706) 중건되었다고 전하는 구룡사에는 강원도 유형문화재 24호로 지정된 대웅전을 비롯하여 보광루(普光樓삼성각(三聖閣심검당(尋劍堂설선당(說禪堂적묵당(寂默堂천왕문(天王門종루(鍾樓일주문(一柱門국사단(局司壇) 등이 있다.

세렴안전센터의  탐방로 안내 표지판에는 출발지인 구룡입구까지 3.0Km이고 비로봉까지는 2.7km인데, 나는 여기서 75m에 있는 세렴폭포가 목적지였으므로, 강원도 원주시 소초면 구룡사로 427의 그곳이 바로 코앞에 위치한 목적지임을 알려준다.  

세렴폭포(細簾瀑布)는 구룡사 입구에서 약 2.2Km 지점으로, 2단으로 휘어져 떨어지는 환상적인 물줄기가 일품이란다. 인근의 칠석폭포, 구룡폭포와 함께 치악산을 대표하는 곳으로 강원 내륙에 산재한 여러 폭포 가운데서도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단다. 세렴이라는 명칭은 가느다란 물줄기가 모인다는 뜻이란다.

폭포앞의 바위에 주저 앉아서 뭔가 좀 허전하다는 느낌이 든다. 빼어난 경관의 폭포가 바로 세렴폭포라는데 당초 내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이라서 그런지, 혹은 바위를 타고 흐르는 물줄기가 너무 가늘어서 그런지 잘은 모르겠지만 하여튼 폭포라기엔 좀 그렇다. 백과사전을 찾아보니 폭포(瀑布, waterfall) 이나 호수에서 단차(段差) 인하여 수직 또는 몹시 가파른 경사면으로 낙하하는 물줄기다. 물이 떨어지는 곳을 의미하기도 한다. 폭포는 평평한 빙산이나 빙붕 가장자리 용융물이 떨어지는 곳에서도 발생한다.

세렴폭포까지 걸어서 올라갈 때의 느낌은 오르막길이 아닌 그냥 평탄한 길이라고만 여겼는데, 내려 올때는 조금 완만하지만 그래도 가파른 내리막길이라서 조금 놀랍다. 목적지를 돌아서 내려오는 길에는 이렇게, 걷는 길의 계곡을 건너기 위해 만나는 평범한 교량 조차도 자연친화적인 예술작품으로 감동받아 느껴진다.

구룡의 아름답고 편안한 숲길을 뭐라고 표현하기 힘든 그런 모습이다. 약 세시간을 쉼 없이 내리 걸었는데도 피곤하거나 다리 아프고 힘들다는 느낌이 손톱만큼도 들지 않는다. 치악산 그 깊은 산의 숲 그늘에서 느끼는 평화와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어우러진 청량한 공기가 온 몸을 휘감아 돌아서 그런것 같다는 생각이다. 

치악산 국립공원은 1984123116번재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국립공원으로, 예로부터 단풍이 아름다워 적악산(赤岳山)으로 불리어 오다가 상원사 꿩의 보은설화로 인해 치악산이라 불리게 되었다. 치악산 국립공원의 주요 봉우리로는 비로봉(1,288 m) 향로봉(1,042m) 남대봉(1,181m)이 있다. 2010년에 조성된 자생식물관찰원은 우리나라 자생식물의 보고이며,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식물(自生植物) 로 금강초롱꽃 등 약 34종이 식재되어 있다.

금강솔빛 생태학습원은 생태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현상들을 경험하고 이해하기 위해 일정한 지역에 일목요연하게 각종 자연현상을 설명하고 직접 체험할 있도록 마련한 공간이며, 국립공원의 멸종위기 야생식물과 특정식물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각 구역은 가)자생식물관찰원, 나)기억의 언덕, 다)물두꺼비원, 라)구렁이 야외방사장, 마)솔비로길, 바)솔비로봉과 전망테크로 구성되어 있다.

표지판에 쓰여진 '덩굴식물은 꾀보'라는 제목에 이끌려 잠깐 발길을 멈췄다. 덩굴식물은 꾀보라는 설명에 '꾀보 덩굴식물은 자기 줄기로 서지 못하고 다른 식물이나 나무를 감거나 붙어서 자라는 꾀보친구 랍니다'. 나때는 기생식물이었던 꾀보 덩굴식물들은 호박덩굴, 으름덩굴, 인동덩굴, 할미밀망이 있다.

이곳 탐방로에 오르는 길에서나 내려오는 길에서도, 평소 주말마다 둘레길을 걸으면서 종종 만나게 되는 라디오를 듣거나 MP3 음악을 듣는 그런 사람을 단 한사람도 만날 수 없었다. 내 멋대로 생각으로는 탐방로를 올라갈 때는 오른쪽 계곡에서 줄곧 오케스트라같은 계곡물 흐름소리가 들리며, 내려 올때는 왼쪽에서 끊임없이 들리는 치악산 구룡계곡 자연의 교향악 물소리 때문이었으리라 나름대로 그렇게 해석한다.

구룡사 매표소 앞의 황장금표(黃腸標) 표지판이다. 황장목은 조선시대 왕실의 관곽재와 궁궐의 건축재로 사용하던 질 좋은 소나무를 말하는데, 이 나무를 베지 말라는 경고판이 바로 황장금표란다. 일종의 벌목금지표인데 치악산에는 이곳 구룡사 매표소 앞에 1개, 비로봉 바로 아래 1개, 신흥동 자동차 야영장에서 1개가 발견되었단다. 

출발지인 주차장에 도착하여 원주의 맛집을 검색하기 위해 스마트폰의 만보기를 보니 찍인 숫자는 목표를 초월하는 15399이다. 원주~. 벌써 반세기가 훌쩍 지나버린 잊혀진 세월이지만, 군대시절 치악산에서 훈련중에 1군사령관이 헬기를 타고 지나다가 우리를 발견하고는 곧바로 내려서, 소대원 병사들을 빠짐없이 격려해 주시던 한신 장군이 불현듯 생각난다. 무장공비의 청와대 습격으로 안보상황이 지극히 엄중하던 시기에 "잘 먹이자. 잘 재우자. 교육 훈련은 철저히" 라던 그 분의 지휘방침이 생각난다. 남자들은 누구나 군대생활을 추억하는 그런저런 연유로도 원주는 고향같이 포근하고 정겨운 생각이 드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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