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8독 타자

영대디강 2024. 3. 24. 04:31

8번 통독했다는 축하 메시지.

일년동안 손가락 놀림으로

신구약 성경을 타이핑했노라는 증적.

버릇처럼 시간이 날 때마다

노트북 앞에 단정히 앉아서 

멍 때리지 않고 NIV성경을 바라보며

부지런히 키보드를 눌렀노라.

부끄런 마음을 이실직고 하자면 

확고한 신앙심으로 성경을 읽은 것도 아니고

성경 말씀을 기억하며 잘 살아가기 위함도 아니라

그저 화면에 뜬 알파벳 글자들을 바라보며 

어떤 내용인지 무슨 뜻인지도 모른채 그저

눈에 보여지는 그대로 키보드만 두드렸노라.

예를 들자면, Son of God를 타자하면서

우리나라 축구선수 손흥민을 떠 올리는

그런 타자가 무슨 은혜가 될까 싶어도

그래도 그럼에도 중단없이 멍청하게 했다.

시작은 2023년 04월 11일 ~

종료는 2024년 03월 23일.

오랜 세월동안 매일 징검다리를 건너듯 

한발자욱씩 내딛으며 살아 온 가녀린 삶.

믿음으로 계획하고 도전하고 일하며

바쁘게 열심히 엄니 가르침따라 살다보니

세월은 어느새 싱싱한 젊음도 데려가고....

이제는 입속 이빨들이 없어도 먹을 수 있는

금방 잊어먹고 까먹고 날려먹고

뭉쳐먹고 퉁쳐먹고 놀려먹으며

돌아서면 또 깜박거린 습성탓에

키보드를 두드리는 목적은 단하나 손가락 운동으로

머릿속 건강하나 지키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라.

하나부터 열까지 아끼며 사랑하며 그렇게 살리라.

8회차 성경타자로 그냥 마쳐질 삶이 아니기에

더 낮은 자세로 좀더 시간을 쪼개어 쓰면서 

부지런하게 매일 새벽 어스름 여명을 맞으며

만보걷기로 다져온 몸의 건강을 유지하면서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머릿속 건강도 지키려고

오늘도 새벽 운동길에서 만나는 소나무 숲에서

파아란 하늘을 올려다 보며 다짐한다.

심신이 건강하게 주어진 시간을 푸르게 살리라.

1954년 국민학교 입학동기들 성동육회 모임날.

약속된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친구 셋이

덕수궁 앞에서 수문장 복장으로 문앞에 섰다.

70년 전에 만났던 고래희지기 친구들

일곱 노인들이 덕수궁 돌담길을 거닐며

아름답고 힘들었던 시절의 이야기 꽃 피우며.

황혼은 이토록 노을빛으로 마냥 아름답지만

625 한국전쟁 휴전 후 폐허위에서 첫 입학생으로

80여명 동급생들 멍석바닥 교실에서 수업하며

그때 그시절 동심으로 가난에 묻혔던 이야기랑

살아온 젊은날의 월남참전과 중동건설현장 누비던 

우리들의 아픈 이야기는 이곳저곳 고장수리로 남았어도

눈에는 돋보기 걸치고 귀엔 보청기 꼽은채 세월을 자랑하며

밥먹고 차마시며 잊혀지는 시간들을 절대 공감속에서 반추하는

꼰대들의 끈끈하고 애틋함속에서도 너무나 정겨운 짧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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