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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잣향기 푸른숲

영대디강 2018. 10. 14. 15:47

경기 가평군 상면 축령로 289-146 소재 경기도잣향기푸른숲을 찾았습니다. 칭다오 여행길에서 같은 방을 썼던 소띠녀가 이곳을 소개해 줬답니다. 여기는 왼쪽으로 축령산과 오른쪽으로 서리산을 둔 해발450 ~600m 사이에 산림휴양공간으로 조성되었으며, 수령 80년 이상된 잣나무가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곳으로 나무들이 내뿜는 피톤치드가 온통 숲에 가득해서 건강체험을 목적으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네요.

오전 아홉시의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지 제1주차장에는 첫번째이자 홀로 외롭게 내 차를 세워야 했으며, 입구에서 집표 겸 안내인이 우리들 얼굴을 보자마자 경로라며 그냥 들어가시랍니다. 주차료는 무료이고 입장료가 천원인데 그냥 들어가라 하시니 고맙고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긴하지만, 그래도 얼굴이 신분증으로 변해버린 우리들 모습을 생각하자니 괜시리 영상 4도인 이른 가을 아침기온처럼 쌀쌀해지고 서글픈 맘이 됩니다.

입구에서부터 완만하게 시작되는 오르막길 양 옆으로 코스모스가 가을 정취를 한껏 뽐내고 있네요. 유난히 코스모스를 너무 좋아하는 모델을 세워놓고 찰칵~ 한컷 했습니다. 가을바람에 한들거리는 모습이 소녀가 가을을 좋아해서 수줍음을 타는 모습으로 보인다하여 코스모스라는 이름이 붙여졌다죠? 서울내기인 그녀가 코스모스를 그렇게 좋아하는 바람에 젊은시절 추석을 맞아 귀향하면서 서천의 금강자락에 심기워진 코스모스 군락지를 일부러 찾아가서 남편역할의 점수를 후하게 따 놓고 함께 즐거워 했던 기억이 소설속의 주인공 이야기처럼 내 머릿속에 떠 오르네요.

피톤치드가 아무리 많이 나와도 오르막 산길을 걷는건 역시 온몸에 땀이 줄줄 흐르게 마련이네요. 사방댐을 만나자마자 쉼터라는 기분으로 우린 멈췄습니다. 산 중턱에 만들어 놓은 사방댐은 장마철에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의 토사유출과 유목 등으로부터 지역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축령산자연휴양림에 조성하였는데, 2015년 상반기 사방사업우수시공사례지로 선정되어 관계자들이 많은 견학을 했답니다. 우린 너무 작은 댐 주위를 한바퀴 돌면서 기왕지사 단순하게 그런 목적이었다면 다목적으로 좀 더 컸으면 좋았을 거라는 쓸데없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축령산으로 오르는 길에 데크로 만들어 놓은 작은 전망대가 나타납니다. 저 멀리로 명지산과 운악산이 그림처럼 아름답게 능선을 드리우고 있는데 바로 앞에선 멋진 단풍이 시야를 가로 막는군요. 이 가을의 아름다운 단풍...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그냥 망연히 그저 불타는 단풍잎들이 나타내는 색상 앞을 넋을 놓은 채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어린시절에 박목월 시인님의 심상(心象) 동인되어 잠깐 서정시로 작품 활동을 했던 기억도, 시인으로 살다가는 그냥 굶어 죽을거 같은 자본주의 가치관으로 등 돌리고 포기했던 그 때 그 시절이 아슴하게 떠 오르더군요.

이전에도 여러번 찾았던 축령산은 남양주시와 가평군에 걸쳐있는 해발 886m의 아담한 산으로 숲이 울창하고 계곡이 수려한 산 입니다. 조선왕조의 시조인 이성계 장군이 고려말에 비룡산으로 사냥을 나왔다가 짐승을 한마리도 잡지 못하자, 몰이꾼이 이 산은 신령한 산이라서 산신제를 지내야 한다면서 산 정상에 올라 제사를 지낸 후 멧돼지를 잡았다는 전설이 있어서, 고사를 지낸 산 즉 축령산(祝靈山)이라 불리게 되었답니다.

수동리에서 출발하는 코스로는 여러번 올랐던 곳이지만, 오늘은 서리산으로 건너가는 능선에서 주변을 바라보니 빼어난 자연경관이 기가 막히네요. 축령산의 북쪽 방향으로 상산(霜山)이라고도 부르는 높이 831m의 서리산이 이어지면서 시루봉과 주금산(815m)이 광주산맥으로 이어져 뻗어 나갑니다. 5월이면 봄 철쭉이 넓은 군락지를 이루며 연분홍 철쭉들이 무리지어 자생하기 때문에 봄철 산행지로도 아주 유명한 곳 입니다.

 가을하늘 아래 티 없이 맑고 밝은 파아란 풍경과 푸르른 숲으로 색칠한 그림같은 전망이 너무 좋은 곳에서 어쩔 줄 몰라하던 내 짝꿍 여인이 전망대 정자에서 망원경으로 경치를 조망하다가 뭔가에 홀린듯 정신을 놓고 반해버린 풍경을 쫒아 내려가 수리바위 위에 서서 뭔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중얼 중얼 잘 들리지도 않는 목소리로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려 합니다. 예전에 잘 몰랐던 이곳의 빼어난 경관을 아무런 값없이 이렇게 바라보는 오늘이 무한 감사하다는 그런 표현을 하고 싶었던 듯 그런 마음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을 해 봅니다.

아무래도 우린 다리가 너무 젊습니다. 일만육천여보를 걸었음에도 아직은 더 많이 걷고 싶다면서 이웃한 아침고요수목원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에 좁은 도로변에 즐비하게 늘어선 음식점에서 한결같은 메뉴인 닭갈비를 시켜 먹으며, 이웃한 춘천닭갈비를 흉내라도 내려거든 제발 제대로 된 양념 맛이라도 건져야 될 게 아닌 가 싶은 마음이 됩니다. 배가 고픈 손님에게 배만 채우도록 차려주면 소기의 목적달성인데 무슨 이유로 맛 없는 점심이 문제가 되겠습니까? 그래서 그런지 우린 점심을 먹은 이후로 아주 심한 목마름으로 갈증이 찾아와 물을 자주 마셔야만 했답니다.

 

이름난 수목원인 여긴 다르네요. 입구부터 줄서기로 주차를 기다려야 하고, 입장료도 2,000원씩을 경로할인으로 조잡스럽게 우대받으며 7,500원씩 지불하고 신분증까지 디밀어야 하는 곳이네요. 이곳의 설립자인 한상경 교수는 삼육대학 원예학 교수로 우리민족의 삶과 애환이 서린 한국정원을 1996년 5월에 개원하여 22개의 주제를 가진 정원으로 만들었답니다. 설립자의 부인이 현재 이사장인 이곳은 고향집 정원, 분재정원, 침엽수정원, 하경정원, 석정원, 한국정원 등에 야생화, 고산식물, 분재 등이 계절별로 아름다움을 가꾸어가며 표현하고 있어서 수도권 제일의 수목원 이랍니다. 이웃 제이드수목원에도 다녀왔고, 우리나라에서 개장된 수목원은 거의 다녀봤지만 확실하게 차별화된 수목원인게 느껴지네요. 

천년주목이 우리를 주목하게 하네요. 이곳에서는 3월에는 난 전시회, 4월의 봄 정원전과 철쭉 전시회, 5월의 야생화 전시회, 6월의 아이리스 전시회, 8월의 무궁화 전시회, 9월의 허수아비 전시회, 10월의 단풍 축제, 11월의 국화 전시회, 121월의 눈꽃 축제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있답니다. 요즘은 국화전시회가 열리는데 주말인 토요일과 일요일엔 관람객이 너무 많아서 문을 닫고 휴장이랍니다.

양반댁 정원의 모습입니다. 양반댁이라서 그런지 기와집의 마루위에는 발 디딜틈도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양반자세로 퍼질러 앉아서 뭔가를 꺼내어 놓고 먹는 모습들이 별로 좋아보이지는 않더군요.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한국의 미를 듬뿍 담아놓고 정성스럽게 원예학적으로 조화로운 배치로 잘 꾸며 놓은 곳에서 아무렇게나 퍼질러 앉아 마구 음식들을 먹는 모습은, 아무리 좋게만 보려해도 저절로 색안경을 끼게 만드는 정말 어울리지 않게 어설픈 풍경이더군요.

요즘은 지자체별로 경쟁적으로 출렁다리를 만들어서 관광객을 유치하는 곳이 많아 어딜가나 출렁다리가 유행이던데 이곳에서도 역시 출렁다리가 만들어져 있네요. 조경적으로는 어떤 의미가 있는건지 잘 모르겠지만, 어른들은 배경삼아 포즈를 만들어 사진을 찍고, 아이들이 심심풀이로 흔들거리는 다리위에서 장난을 즐기는 모습은 좋아 보였습니다. 여긴 아이들이 즐기는 놀이기구가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라 여겨집니다.

잘 만들어진 정원과 각종 식물자원들이 테마별로 아기자기하게 만들어 놓은 정원들을 둘러보고 감탄하면서 돌아나오는 길목에 뜬금없이 봉숭아라는 시를 세워놓은 표지판이 있더군요. 현직 장관인 그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나는 뭔지모를 아부의 냄새가 진하게 나는 걸 느꼈습니다. 왜 어울리지 않는 이런 곳에 이 분의 시를 딱 한편 세워 놓았나 싶은 생각에 이것도 사람이 세상을 살아나가는 방법 중 처세술인가 싶어지더군요.

토요일 가을날의 하루가 너무 짧은거 같네요. 아침 일곱시에 집을 나서서 부지런히 이곳 저곳을 다니다가 문득 가평에서 건자재 공장을 소규모로 경영하고 있는 동서가 생각나서 전화를 했더니만 마침 집에 있어서 찾아가 커피 한잔을 마시고 나오려는데, 직접 농사지은 먹거리를 잔뜩 선물로 안겨줘서 차에 가득싣고 돌아오면서, 오늘도 유일하게 감사 밖에는 다른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하니 어둠이 짙게 내려 깔리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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