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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터골에서 출발하여 매봉으로 오르는 코스는 수십번을 오르락 내리락 했었지만, 의왕시의 청계사에서부터 오르는 길은 처음인 산행이었기에 첫눈을 맞는다는 설레임의 감성으로 청계산을 찾았습니다. 의왕시 인덕원역에서 성남시 방향으로 가다가 왼쪽으로 청계동에서부터 좁은 골목길을 접어들어 청계사로 가면서부터 뭔가 생소하다는 느낌으로 주차장에 도착했더니 맨 먼저 나타나는 맛집소개 안내판이 우릴 반갑게 맞는군요.
요즘이 결혼시즌이라서 토요일인 오늘도 세장, 내일도 두장의 청첩에는 축하화환과 축의금으로만 성의 표시를 하고나서, 이기적으로 우리부부에게 가장 중요한 우리들의 건강과 부부사랑을 챙기기로 결정했습니다. 오전 여덟시라는 조금은 이른 아침이라서 등산하는 산행객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요즘 며칠사이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할 만큼의 미세먼지와 황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에 청량한 공기가 싱그럽습니다.
서울 양재동과 과천시 서울대공원 그리고 성남시와 의왕시를 아우르는 넓고 푸르른 산자락이 바로 청계산이며, 조선 건국의 태조 이성계에게 고려가 멸망하자 고려말 충신이었던 조윤(趙胤)이 송도를 떠나 입산했던 산으로 청룡이 승천했던 곳이라 해서 청룡산으로 부르기도 했답니다. 풍수지리학적으로는 관악산을 백호, 청계산을 청룡이라하여'좌청룡우백호'의 명산으로 울창한 숲과 아늑한 계곡이 수도권 가족산행의 적지라네요.
청계사는 고려 충렬왕 때 창건하였으며, 조선시대에는 선종의 총 본사로 한국불교사에 대표적인 사찰이랍니다. 최근 뉴스로 떠들썩했던 기억으로 2000년 10월에는 극락보전에 봉안된 아미타삼존불 가운데 관음보살상의 왼쪽 눈썹 주변에 우담바라 꽃이피어 절 입구 표지석에 '우담바라 핀 청계사'라 새겨놨습니다. 우담바라는 3,000년 만에 한번 핀다는 전설의 꽃으로, 우담바라 피면 영화롭고 상서로운 일이 일어난다하여 상서화라고도 한답니다. 우담바라는 1센티 크기의 작은 꽃 21송이가 피였으며, 이 꽃을 보기 위하여 불자는 물론 많은 일반인들도 청계사를 찾는 답니다.
청계사 왼쪽 뒷편으로 이수봉을 향하여 오르막과 평지를 천천히 걷는데도 땀이 줄줄 흐르네요. 청계산(淸溪山) 이라는 이름이 계곡이 맑다는 의미임에도 주차장에서 출발할 때를 제외한다면 거의 계곡을 만날 수 없는 수직 산행으로, 한시간 남짓 올랐더니 왼쪽에 망경대(望景臺)가 보입니다. 고려의 충신이었던 조윤이 고려가 망한 후 고려의 도읍 이었던 송도(개성)를 바라보며 이곳에서 망국의 한을 달랬다는 망경대의 전설 안내판(송산 조견 선생과 망경대)을 읽으며, 오른쪽 이수봉(二壽峰)으로 향합니다. 이수봉은 조선시대 사림파의 대표적인 학자로 연산군 시절에 훈구파가 일으킨 사화(士禍)로 죽음을 맞은 정여창이 이곳에 숨어서 죽을 고비를 두번이나 넘겼다는 아픈 전설에 기인된 이름이라네요.
여러 지자체의 경계를 넘나드며 걷다보니, 지역 간 빈부의 격차가 확연하게 나타남을 보게 되는군요. 의왕시에서는 이길을 의왕대간길이라 명명해 놓고 몇 군데 오르막에 작은 데크 몇개 설치외엔 별다른 구조물이나 시설물이 없이 땅이 녹아 질컥거리는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음에도, 성남시에서는 성남누비길 제6구간 청계산길이라는 표지판 뿐만아니라 야쟈열매실로 만든 매트로 곱게 가꾸어서 안전하게 산행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네요.
청계산 주봉은 망경대(618.2m)이지만, 정상인 망경대는 국가 주요 통신시설물이 설치되어 있어서 등산이 불가하므로 이수봉(545m)를 거쳐서 국사봉(538m)으로 향합니다. 국사봉은 나라가 망한 슬픔을 달래며 국가를 생각하던 봉우리라는 이름처럼, 이태조가 한양에 성도한 후 조준을 대동하여 청계사로 찾아가서 조윤과 옛친구사이로 마주앉아 도와 줄 것을 간청했지만, 끝내 마다하고 양주 수락산 기슭으로 옮겨 은거하다가 생을 마쳤다는 일편단심 나라사랑이 서려있는 곳이라네요.
국사봉에서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길은 만만치 않게 가파르고 짧았습니다. 질컥거리며 군데군데 지난 주에 내린 첫눈의 하이얀 흔적도 더러 보이고, 낙엽이 수북히 쌓인 내리막길은 자칫 발을 헛디뎌 발목이 삐끗할 수도 있을만큼 미끄러운 자갈들이 많았습니다. 어서어서 의왕시도 부자동네가 되어서 다른 지자체들처럼 야자수열매실로 만든 매트가 험한 길에 깔려지기를 바램하면서 언제나처럼 우린 말없이 그냥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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