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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찾아 김천으로 집떠난 나를 기다리며 늙으막에 독거노인으로 지내야하는 아내, 주말부부로 사는 집안에서 조차 둘이서 함께 식사할 시간이 토요일 점심 한끼 밖에 없어서 내 미안함도 조금 풀어볼 겸사로 우리는 집을 나섰습니다. 어린시절의 입맛을 찾아 의왕 백운호수 주변에 자주 다니는 굴비정식 밥집을 찾았다가, 미세먼지는 비록 나쁨수준이지만 모처럼 따사로운 겨울 햇볕이 화사하게 펼쳐지고 있기에 우리는 호수 한바퀴를 걸었습니다. 경기도 의왕시 학의동 339~ 4 일원, 이름하여 백운호수 생태탐방로.....
예전에 청계저수지로 불렸던 이 호수는 1953년에 준공한 인공 저수지이며, 병풍 처럼 둘러싸고 있는 북동쪽의 청계산과 남동쪽의 백운산, 그리고 서쪽의 모락산이 서로 만나는 지점에 약 25만평의 움푹 패인 평지가 있는데 그 중 11만평이 백운호수입니다. 이곳은 조선 영조 35년(1795년) 여지도서에 의하면 광주부 의목면 '이리'이었으나 그후 정조 13년(1789년)에는 광주목 의곡면 '학현동'과 '의일외동'의 지역으로 되어 있었던 것이, 1914년 부령 제111호에 따라 병합되어 수원군 의왕면 '학의리'라고 했다가 1936년 10월 1일 '일왕면 학의리'로 되었답니다. 그 후 1949년 8월 15일 화성군 일왕면 학의리로 이름했다가 1980년 12월 1일 의왕읍 학의리로 1989년 1월 1일 의왕시 '학의동' 으로 개칭되었다네요. 이 마을은 학현동의 '학'자와 의일외동의 '의'자를 따서 '학의리'로 했다가 1989, 1, 1에 의왕시로 승격되면서 이곳이 학의동이 되었다는 개명역사입니다.
백운 호수는 원래 농업용수의 원할한 공급을 목적으로 조성되었으나, 저수지 주변을 둘러싼 수려한 경관과 맑은공기 그리고 잘 정돈된 대형주차장과 호수순환 도로로 인하여 의왕시민은 물론 인근 수도권 시민의 힐링터로 각광을 받고 있답니다.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자리잡은 호수에서는 라이브 카페, 수상스키, 각종전문 요리를 즐길수 있고 호수를 따라 개설된 순환도로는 데이트 코스는 물론 라이브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네요. 젊은시절에도 나는 친구들과 민물매운탕을 먹으려 가끔씩 들렸던 정겨운 곳이라서 고향마을처럼 포근한 정취가 깃든 곳입니다.
백운 호수 근처에는 새터마을, 학현마을, 점말마을, 오린계 마을, 속말마을, 북골마을, 학의동 마을, 양지마을, 능안마을, 청계골 마을, 상직막 마을, 옥박골 마을, 청계동 마을, 한직골 마을, 독정마을, 덕장골 마을, 벌모루 마을, 성고개 마을, 임이마을, 세거리 마을, 봇돌마을, 샛터마을, 구렁골 마을, 포일동 마을, 양지편 마을, 원터마을, 토굴마을로 정겨운 이름을 가진 마을들이 아주 많습니다. 그리고 각 마을마다 옛날이야기가 있는데, 청계골 마을은 조선 태조 이성계와 친분이 두터웠던 박순(?∼1402, 음성 박씨로 성호군을 역임)의 장남 박소(좌승지)의 묘를 이곳에 쓴 후 그의 후손들이 거주하면서부터 취락이 형성된 곳이며, 그후 전주 이씨 '익양군'의 넷째아들인 단천군(1520∼1586)의 묘를 상청계능 마루에 쓴 후 그의 후손들이 대대로 살면서 마을이 더운 번창하기 시작하였으며, 청계골은 마을회관을 중심으로 마을회관에서 청계사 입구에 이르는 지역을 '상청계', 마을회관에서 철도청 자매교에 이르는 지역을 '중청계'(중청계 시내버스종점 부근) 하직골은 '하청계'라 각각 부르죠. .
얼어붙은 호수 수면위를 무심코 바라보다가 옛기억이 문득 떠오르네요. 거의 40여년 전 옛직장 후배가 여기 청계동에서 약 3천여평의 농토를 선대로부터 물려받아 농사를 짓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서 모내기 철에 우리 직원들이 일손을 도우러 찾아 왔었던 기억입니다. 당시에는 교통편이 없어서 인덕원 버스 종점에서 청계저수지까지 걸어 들어와서 낮엔 일손을 돕고 밤엔 낚시를 즐기며 소주 파티를 했었던 시절입니다. 공직에서 은퇴한 후배가 엉뚱하게 경험도 지식도 없는 벤처사업에 무모하게 도전했다가 실패하고 전재산을 모두 날린 뒤 가정이 깨어지면서 이 세상을 등져야 했던 10여년전의 아픈 기억과 함께, 그때나 지금이나 속좁은 내가 변하기야 했을까마는 이제는 모든걸 내려놓을 나이가되니 그때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움을 주지 못했던 회한이 가슴에서 울컥 치밀어 흐르는 눈물이 멈추질 않아서 아내의 뒤를 따르며 걷는 길이 좀 그랬습니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 했던 데칼트의 말이 생각나네요. 내 앞에 남아있는 세월이 그리 길게 펼쳐지는건 아님을 잘 알기에 사는 동안 즐기며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남은 시간을 건강하게 보내고 싶은 계획밖엔 지금엔 아무것도 없는데도, 가끔씩 이렇게 지나간 날들의 아픈 기억이 떠오르면 정말 많이 슬퍼집니다. 그땐 왜 그랬을까? 그시절에는 왜 그렇게 밖엔 생각을 못 했을까? 오로지 이기적으로 모질게도 살아 온 지난날에 대한 생각이 가슴을 때리네요. 지금 맘 같으면 모든게 내것이 아님을 알기에 어려운 이웃과 나누고 베풀며 어려울땐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았을 텐데...
바라산과 백운산 아랫자락에 제법 큰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있네요. 이곳도 이제 더 이상은 맑고 깨끗한 1급수 계곡물이 흐르는 청계마을이 아니라는 생각이 됩니다. 모든 도시 기반시설이 이곳에 들어서게 되면 이 호수도 역시 밤낮없이 붐비는 삶터로 변하여 먹고 마시며 떠들고 춤추는 곳이 되리라는 상상을 하자니, 조용한 시절에 정말 잘 찾아 왔노라는 생각으로 바뀌면서 또 밴댕이 소갈머리 변덕쟁이가 되네요.
아슴한 옛 기억을 더듬으며 약3킬로미터 탐방로를 말없이 걸으면서 마지막으로 내린 결론은 오늘도 아내에게 오로지 감사입니다. 사업에 실패한 내 주변의 사람들은 대부분 가정이 먼저 깨어졌습니다. 나도 역시 그렇게 실패하여 빈털털이로 허공속에 모든걸 날렸을때에도 나를 굳게 믿고 묵묵히 믿고 기다려 준 내 아내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여겨집니다. 이제 내가 더 이상 무엇을 아내에게 원하고 바라겠습니까? 나를 믿고 어려움을 참으며 지금까지 기다려 준 아내에게 작은 마음으로라도 보답하며 살겠노라 마음을 굳게 다지면서 백운호수 한바퀴를 돌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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