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서봉산(華城)

영대디강 2021. 8. 22. 05:27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 문학리 산120-1에 있는 서봉산(棲鳳山 Seobongsan, 249m)을 찾았다.

입구에서 부터 정크아트가 반겨준다. 올 때마다 조금씩 바뀌는 작품을 보니, 아마도 이곳에 정크아트를 하시는 분이 사시는 듯하다.

아재개그를 자주하는 나에게 입 조심하라는 안내판이 제일먼저 나를 맞아 준다. 정말 반성하며 고치고 싶은 버릇이다.

이전에도 몇번 찾았던 산이기에, 비가 내리는 날에도 안전하게 오를 수 있는 산으로 미리 찜 해뒀던 곳이다. 가을장마가 시작되었다는 뉴스를 보면서 챙 넓은 우산을 쓰고 찾았어도 다 잘될거야~ 라면서 한번 더 안심을 시켜준다.

서봉산은 『여지대전도』부터 각종 고지도에 거의 빠짐없이 표시될 정도로 옛 수원부에서는 중요하게 여겼던 산이다. 『화성지』에 "()의 남쪽 35리 남곡면(南谷面)에 있으며 능원의 화소 내에 포함된다."는 기록이 있다. 즉 현륭원(지금의 융건릉)을 보호하기 위해 일종의 그린 벨트에 해당하는 능역(陵域)에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능역에 포함되면 개간, 벌채, 가축 사육 등이 금지된다. 이 때문에 서봉산을 '화소산(火消山)'이라고도 부른다. 산 이름은 멀리서 보면 봉화를 닮았다 하여 붙여졌다는 설과 예전에 봉황이 깃들어 살았다는 설도 함께 전해진다.

아직까지 자연생태계가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어 참나무, 붉나무, 느티나무, 때죽나무 등 다양한 식물이 자생하며 멧비들기, 멧토끼, 가재, 어치 등 여러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1999 서봉산 일대에 조성한 산림욕장은 화성 시민의 여가 선용과 체력 단련을 위한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정상까지 총 연장 2.2km의 산책로는 걷기가 비교적 수월하여 어린이나 노약자들도 약1시간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산책로 주변에는 숲이 잘 가꾸어져 있어 학생들의 자연 체험장과 학습장으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산책로 주변의 아름답고 푸른 숲은 학생들의 자연 관찰 학습장으로 많이 이용된다. 또한 이곳 삼림욕장에는 잔디광장, 피크닉장, 휴식 공간, 모험 놀이 시설, 철봉과 평행봉 등의 운동 시설, 약수터 등이 갖추어져 있다.

산세가 험하지 않아 한 시간이면 정상까지 오를 수 있어, 화성 시민의 건전한 여가 선용과 체력 단련을 위한 장소로 많이 활용된다요즘같은 코로나 시대에 아주 적절한 힐링코스이다.

천연의 바위에 돌멩이 하나라도 올려 놓으며 뭔가를 소원했을 사람들의 심성을 짐작하게 되는 빗길 안개속을 걸으면서,  가을 비가 내리는 날의 산행은 이렇게 아름다운 정경을 만날 수 있어 모든게 경이롭다.

중간에 세워진 표지목이다. 푸드 통합지원센타 주차장에 주차 후 올라왔으니 1.4Km 지점이며, 정상까지는 1.07Km가 남았다는 표지를 보면서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만 더 걸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란 이런건가 보다.

바위틈을 뚫고 올라온 저 나무들의 강인한 생명력이 산행하는 우리들에게 삶의 교훈이 될 지표를 보여주는 듯하다.

약수터가 있다.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이라면 이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올라갈 수도 있겠지만, 너무 많은 비가 내리는 날이라서 땀인지 빗물인지 분간 못할 뭔가가 몸을 적셔도 쉼을 모른채 그냥 올라갔다.

자욱한 안개가 숲길을 감싸고 있어서 포근한 느낌이 든다. 살아보니 세상살이가 맘먹기 달렸기로, 뭐 벌거 아닌데도 이런곳에 오면 그냥 세상살이에 지친 몸과 맘을 포근하게 힐링시켜 준다는 느낌은 또 뭘까?

정상인 팔각정 갈림길이다. 이 아름다고 포근한 숲속을 비록 가을장마 빗길이지만 성녀 루이제의 집까지 다녀와야겠다.

팔각정 아래에 세워놓은 구간 안내도이다. 노오란 선을 따라서 한번도 쉼없이 그냥 내쳐 걸었다. 지치지 않는다.

서봉산 정상 표지석이다. 해발 249m이다. 지자체에서 세운것이 아니고 산림청에서 만든것도 아닌, 산우회가 세운 표지석이라서 그런지 공공표지석인데도 사적인 모임에서 만들어 세웠다는게 좀 아쉽다.

정상에 올라서니 흡사 보약이라도 먹은 후의 느낌처럼 힘이 불끈 불끈 솟는다. 몸과 맘이 개운하다.

봉수대(烽燧臺)는 근대 이전에 사용하던 군사통신제도로 낮에는 연기, 밤에는 횃불로 신호를 전달하였다. 운용방법은 현장의 정세에 따라 1개의 횃불은 평상시, 2개의 횃불은 적이 나타남, 3개의 횃불은 적이 국경 가까이 옴, 4개의 횃불은 적이 쳐들어옴, 5개 횃불은 적과 싸움 일어남 등으로 구분되었다. 조선 시대 봉수로(烽燧路) 5개로 한양 북쪽에 3, 남쪽에 2개가 있었다. 전국에 설치된 봉수대는 600여 개로 모두 다음 봉수대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종착점은 한양 남산이었다. 병조는 매일 남산 봉수대의 정보를 종합하여 승정원에 전달하고 또 승정원은 임금에게 알리게 된다. , 남산 봉수대는 봉수의 종착지로 왕이 있는 곳을 상징한다. 그런데 이처럼 종착지 봉수가 남산 이외에 하나가 더 있는데 바로 수원화성의 ‘봉돈’이다. 바로 수원화성 봉돈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서봉산에 있는 조선시대 간봉이다. 간봉(間烽)이란, 직봉(直烽)에 들지 않은 작은 봉수조직을 의미한다. 1796(정조 20) 화성 봉돈(華城烽墩)이 축조되자, 동시에 축조되었으며, 감관(監官) 5명과 군졸 15명이 번갈아 지켰다. 서남쪽의 흥천산(興天山) 봉수대(烽燧臺)를 받아 북쪽으로 화성봉돈(華城烽墩)에 이어주는 간봉이다.

5개의 화두를 자연석을 이용하여 축조하였으며,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평탄한 정상에서 남쪽으로 자연스럽게 내려가며 축조되었다. 산 정상부의 평탄한 곳에 큰 자연석들을 모아 수원 화성(華城, 사적 제3)이 있는 북쪽을 향하여 제1화두가 축조되고, 이것을 중심으로 능선을 따라 내려가며 지형을 이용하여 또 4개의 화두가 만들어졌다. 5개 화두 간의 거리는 총 길이 40m 정도로, 1화두와 제2화두 사이가 10m, 2화두와 제3화두 사이가 5m, 3화두와 제4화두사이가 20m, 4화두와 제5화두사이가 5m이다.

허리 부분과 꼭대기에는 횃불 아가리가 있으며, 평상시에는 저녁마다 횃불 하나를 올렸고, 그 밖의 4개의 화두는 긴급한 일이 아니면 횃불을 올리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봉화대 아래 남쪽 산허리에 4칸의 곳간을 지어 거(: 싸리·갈대 등을 묶은 것)·송명(松明: 관솔)·마낭분(馬狼糞: 말·이리 똥) 같은 봉수 재료와 군수물자를 저장하였으며, 그 아래에 수직청을 지어 봉수군이 지냈다. 지금은 서천사(西天寺)라는 절이 들어섰다.

아주 오랜 옛날 서봉산 중턱 작은 암자에 젊은 스님과과 동자승이 시주걸립[施主乞粒]을 하며 살았다. 어느 날 젊은 스님이 시주걸립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마을어귀 우물가에서 아름다운 낭자를 보았는데 그날 이후 스님은 낭자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 잠이 오질 않았고 불경을 외우는 것도 내키질 않았다. 스님은 모든 것을 잊기로 결심하고 마을로 시주걸립을 떠날 때 낭자의 부친이 깊은 병이 나서 눕게 되어 온갖 치료를 다해보았으나 효험이 없다는 소식을 듣게 되어 약처방을 써주고 차도가 있은 뒤 자기 암자에 와서 3일간 불공을 드리라는 말을 남기고 암자로 돌아 갔는데 낭자는 스님의 처방대로 약을 달여 부친에게 드리니 병세가 금방 호전되었고, 낭자는 스님 말대로 서봉산 암자에 들어가 사흘 동안 정성을 다해 부처님께 불공을 드린 다음 스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떠나려 할 때 스님은 그 동안 자기가 낭자를 사모하여 잊지 못하고 있었던 것을 솔직히 고백하고 낭자와 함께 불도수행[佛道修行]을 떠나 속세로 환속을 하겠다는 약속하겠으니 들어줄 것을 간청하였다.

환속[還俗]을 약속한다는 표시로써 서봉산 쉰길바위에서 턱걸이 백번을 하기로 하고, 낭자가 보는 앞에서 온힘을 다하여 턱걸이를 하였는데 99번째 올라가서 기운이 빠지고 의식이 몽롱해지고 손이 풀리면서 급기야는 높이가 쉰길이나 된다는 바위의 벼랑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낭자는 너무 지나친 요구를 하여 스님이 불의의 변을 당한 것을 후회하고 슬픔을 못이겨 한참을 엎드려 울고 있다가 일어나니 앞에 난데없이 바위가 하나 우뚝 솟아 나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그로부터 마을 사람들은 이 바위가 스님의 이루지 못한 영혼이 깃들어 눈물을 흘리며 울고 있다하여 눈물바위라 불리게 되었으며 쉰길바위와 함께 지금까지도 스님과 낭자의 한 맺힌 사연이 담겨 전설로 내려오고 있다.

정상의 전망대에서는 서해를 비롯해 수원시와 오산시 등 인근 지역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오늘은 비가 많이 내려서 희뿌연 안개가 마치 바다같은 느낌이 들어서 바다를 바라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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