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는 생물들 초록으로 물들여 가다가
아파트 뜨락에 잠시 잠깐 머물러 5월
첫 주말 그 아침에 밝은 웃음을 보여주며
봄꽃 수줍음이 연분홍으로 주렁주렁 열리면
오목조목 하이얀 얼굴에 마음을 열어주던
사랑초, 그 작고 여린 일상을 아래에 놓는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겹치기로 다가와서
그저 그냥 무심코 넘길 수 없는 황금 연휴
부모노릇 자식역할 두루두루 한뭉텅이 모아서
떼지어 모여든 토요일 밤의 우리집 풍경
가족이라는 이름아래 공동체 모임에서
뛰고 달리며 아이돌 노래와 댄스 공연까지
여기가 어디인가 내가 사는 내집이 맞는걸까?
전쟁과 평화는 신 무기 장난감으로 잊혀지고
뚜르르르 쾅쾅 우르르르 피융 피융
총알도 포탄도 숨쉬듯 떨어지는 전장에서
서바이벌 생사 갈림길에서 손자들만은
지켜야 한다 기필코 살아남아야 할 절박함
이리 뛰고 저리 닫는 우당탕 아수라장
여기서 내 목숨이라도 바꿔야 될 절실한 기도였다.
피아의 식별없이 쓰러져 나 뒹구는 몸짓들
어떤 가사인지 용어식별 안되는 노래에 버무린
광란의 춤사위로 허리춤이 휘청 끊어질 듯
난장판 된 거실에서 할배가 숨이나 쉴 수 있을런지
소파에 걸터 앉아 눈웃음 바라보는 내 앞으로
부르릉 레이저 총알이 스치듯 지나갈 무렵에
순간 머릿속에 세대공감 가능할까 물음표가 뜬다.
반백년 정성을 쏟아 키워낸 줄지은 화분들
쪼르르 늘어 선 그네들 모습이 정연한 일상인데
나와 자식들과 손주들, 삼대는 세월따라 다른 색깔
의식주 말고도 생각하고 행동하며 말하는 일상까지
매사가 이질적인 삶의 모습에서 다듬고 접어가며
후르륵 피웠다 스르르 지고마는 이름모를 꽃 되어
우린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한 뜨락에 모여있다.
엄마 아빠 감사해요 사랑해요
어버이날 미리 챙긴 감사 케이크 꼭지점
그 한 가운데서 현금을 주르륵 뽑아내는 마술 손
와우~ 짝짝작~~온 집안 가득 펴지는 함박 웃음
아내가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 온 반백년 세월
그 어느날 그 어느 곳에서도 만날 수 없었던
그 어떤 꽃 보다도 더 화알짝 밝게 웃더이다
주르륵 돌돌말린 현금 띠지 마술케익 속에서
망설임없이 뽑아내어 목걸이처럼 감아보는
할매 아내, 그 밝고 화안한 미소를 바라보며
내 노쇠한 가슴에서도 찰라에 찍어낸 아름다움....
저렇게도 좋아하는 저 현금 다발을 나는 왜
그렇게도 좋아하게 만들어 주지 못했을까...
바라바리 싸 줘도 좋을 만큼 한평생 새콤하게 벌어
맘 풀어놓고 그냥 긁으라고 맡겨준 내 카드에서
그렇게 많은 숫자들이 줄줄이 찍혀 나갔음에도
그건 그냥 아라비아 숫자이고 현금 이벤트만 진짜 돈일까?
아무리 퍼 부어도 남의 편인 남편이라 돌고도는걸까
가슴으로 스멀스멀 스며드는 허하디 허한 아픔...
부부는 이래서 반백년 일상 함께해도 가족이 안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