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릇

영대디강 2019. 2. 20. 16:12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을 열고

개천길따라 뒷걸음질

늙은 운동화

 

어제 내린 함박눈 녹아들어

미끄러운 자전거길

가파른 언덕

 

다 왔다 싶은 맘 꼭지점에

미끄덩 온 몸으로

나뒹구는 아픔 

무릎뼈 통증에 윗입술도 찢어지는

패잔병 모습으로 일어나 앉으며

 

순간 나는 왜 그 생각이 먼저 났을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던 그 말

 

넘어지고 자빠져도 세월탓으로

내 잘못 아닌 남의 탓 건방진 버릇

 

세월은 그냥 지나가지 않으며

반드시 흔적을 남기고 가더라

나이와 상관없이 항상 자신감이 넘치는 일상을 살았습니다. 젊은날부터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주체할 수 없는 활력을 유지하기에, 오륙십대와 맞서서 겨루기로도 전혀 꿇리고 싶지않은 파워랑 순발력이 있다고 자만했습니다. 그러나 세월은 결코 그냥 지나가지 않고 내 몸에 뭔가 흔적을 남기고 갔음을 오늘 새벽에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좋았던 기억력도 흐려지고, 판단력과 지각능력이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돌덩이 같던 다리는 순발력이 무뎌져 걷다가 이렇게 넘어져 미그럼타는 지경에 이르고야 말았습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꼰대들의 말도 안되는 억지를 생각합니다. 절대로 나이는 숫자가 아니라는 걸 내 몸으로 증명시키면서 오늘도 조심조심 겸손하게 살아가야 됩니다. 모든게 내 탓이 아니라 세월 탓으로 떠 넘기며 시건방진 세상을 사는 나를 돌아봅니다. 동갑쟁이 트럼프는 세계를 무대로 지구를 디자인하며 활기 넘치게 사는데, 이름조차 내걸지 못하는 개울가에 돋아난 풀 한포기처럼 나는 이게 뭡니까? 눈 내린 길을 걷다가 스스로 넘어진 뒤에, 급경사로 미끄러운 이런 길을 만든 동네 말단 공무원의 돌대가리 탓이나하면서 치사하고 비겁하게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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