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운명

영대디강 2023. 8. 13. 05:09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종단하며 지나가는 모습을 몰아치는 비바람과 함께 매일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재난재해 소식으로 매스컴에서 접하면서 인간의 능력으로 어쩔 수 없는 운명(運命)을 생각한다. 꼰대세대에게 운명이란 아무리 노력해도 이룰 수 없고 주어진 환경따라 살아가야하는, 타고난 운명인 노후오복(老後五福)으로 일건이처삼재사사오우(一健二妻三財四事五友)를 자주 이야기한다. 사람이 늙으면 반드시 필요한 다섯가지 복으로 첫번째는 자신의 건강이고, 두번째는 함께 살아갈 배우자가 필수이며, 세번째는 뭔가를 하고 싶은걸 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 해 줄 수 있는 돈이며, 네번째는 죽는 날까지 시간을 그냥 무료하게 흘려보낼 수 없으니 하루를 보람있게 보낼 뭔가의 일이 있어야 하고, 그리고 다섯번째는 함께 소줏잔을 기울이며 세상살이 불평불만도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친구가 있으면 오복을 누리는거란다

유교문화를 중시했던 우리네 관습은 유학(儒學) 경전인 서경(書經) 주서(周書) 홍범(洪範)편에 나오는 오복(五福) (), (),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 다섯 가지로 나와 있다. () 오래 사는(長壽) 것, () 여유로운 경제력, 강녕(康寧) 우환이 없이 편안한 것, 유호덕(攸好德) 덕을 좋아하고 즐겨 베풀며 살려 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 고종명(考終命) 타고난 천명(天命) 다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네 오복에는 요즘시대의 가족관계처럼 자녀와 가족이 모두 빠져있다. 그렇지만 서경(書經) 주서(周書)  풍속편(通俗編) 나오는 오복은 (), (), 귀(貴), 강녕(康寧), 자손중다(子孫衆多) 다섯 가지이다. () 장수(長壽) 하는 것, () 부유한 삶을 영위하는 것, () 귀하고 소중하며 사회적인 지위가 높다는 것, 강녕(康寧) 가정에 우환(憂患) 없이 편안한 것, 그리고 자손중다(子孫衆多) 자손의 수효가 아주 많은 으로 나온다『서경』 오복의 유호덕이 귀로, 고종명이 자손중다로 바뀐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서민이나 천민은 귀하게 되는 것이 남을 위하여 봉사하는 것이라 생각하였고 자손이 많은 것이 천수를 누리는 고종명보다 낫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다만, 요즘처럼 체계화된 의무교육제도의 학교교육이 쉽지 않았던 그때 시절에도 우리나라 상인계층(常人階層)에서 구전(口傳)되어온 오복(五福) 첫째로 치아(齒牙) 좋아야 한다는 : 아마도 뭐든  먹는 것에 대해 말하는게 아닌가. 둘째로 자손(子孫) 많은 :  어른들은 자손이 많아 대(代) 끊기지 않아야 한다는 . 세번째로 부부백년해로(夫婦偕老) 하는 : 자식보다 부모가 오래 살아 있어야 한다는 . 네번째는 손(客) 대접할 것이 있는 : 가진게(財力) 있어야 손님을 대접할  있겠다는 이야기다.  다섯번째는 명당에 묻히는 : 죽어서 명당(明堂) 묻혀 자손들에게 복을 전해   있는 것이라고 믿었다. 

또한, 동양의 운명론인 사주팔자에서 오복(五福) 정신기(精神氣= /자신) 식복(食福 의식주/재능/수완) 재복(財福 재물/부친) 관복(官福 직업//자식) 인복(人福 학문/모친) 다섯 가지이다. 중국의 제중신편(濟衆新編)에는 오복(五福)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첫째는 수(): 장수 하는 것, 둘째는 미심술(美心術): 고운 마음씨를 타고나는 것, 셋째는 호독서(好讀書): 공부를 많이 하는 것, 넷째는 가정(家庭): 집안에 재산이 있을 것,  다섯째는 행세(行世): 사람된 도리를 다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우리 가족은 여름방학임에도 학원에 다녀야하는 손주들이 모처럼 시간을 내어 대부도의 팬션에 모였다. 중2, 중1, 초4, 초3, 초2, 초2, 세살배기인 일곱 손주들이 줄지어 계단에 앉아 할아버지 할머니 오래오래 건강하시라며 손가락으로 브이(V)를 그려 준다. 그래 그래. 정말 고맙고 또 감사하다. 너희들이 아니면 운명적으로 우리가 세상의 오복을 모두 갖추고 살아가고 있다한들 허허롭게 웃을일이 뭐가 얼마나 있겠는가?  

손주..... 손주는 손자의 경기 방언이란다. 쉽게 말해서 자식의 자식이다. 그러나 2011 8 31 표준어 규정 개정에 의해 '손자/손녀의 총칭'이라는 뜻으로 손주는 표준어로 인정되었다. , 손자와 손녀의 표현 자체가 남자와 여자를 나눈다고 하여, 손주를 양성 평등의 표준어로 했다는 설도 있다. 손자나 손녀라고 부르는 경우도 많다. 구태여 구별하자면 여자아이는 손녀가 맞다. 아들의 자식은 친손자/친손녀다. 딸의 자식은 외손자/외손녀이다. 본래 한자(漢子) () 원래 아들과 모두를 함께 아우르는 말이다. 민법에서는 여전히 자녀를 ()라고 통칭한다.

요즘은 손주를 보는 나이도 자녀들의 결혼 시기가 늦어짐에 따라 평균적으로 50 후반에서 60 초중반이며, 60 후반도 상당하고, 자녀를 40대에 보는 경우도 늘어나서 손주를 70대에 되어서야 겨우 보게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단다. 나도 역시 60대에 손주를 만나기 시작하여 70대까지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금쪽같은 자원들이다. 이 글을 쓰면서도 나는 자연스레 웃음을 머금고 있다. 인구절벽의 시대에 일곱명의 손주를 둔 나는 그냥 애국자인듯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 간다. 행복하고 감사함 뿐이다 . 

할아버지께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할아버지 생신이셨었는데 연락 못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ㅠ. 그래서 생신 축하드린다는 맘으로 이렇게 야금야금 편지 써봐요.. 생각해보면, 할아버지께서 저한테 해주 너무 많은데 저는 아직도 빚을 갚지 못하고 있어서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같아요. 할아버지께서 해주신 만큼 저도 항상 좋은 모습 보여드려야 하다고 생각했는데, 마음대로 되지는 안는것 같아 속상한 마음도어요. 이번 생신선물도 나름대로 고심해서 고르긴 했지만 성의없어 보일까봐정되기도 해요. 맘에 들어 하셨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모르겠어요. 선물부터 상자, 봉투, 편지지까지 정말 고민하면서 골랐는데 나름대로 만족하는것 같아요.ㅎㅎ.. 마지막으로 생신 축하드려요. 비록 당일에는 축하 드렸지만, 진심으로 생신 축하 드리고 이따보세요♡ 2023.7.30 -지유 올림

중1인 손녀가 내 생일에 연락을 못 했다면서 이렇게 편지와 함께 사무실 책상위의 장식용으로 피아노 모형선물까지 건네준다. 주말이면 항상 만보걷기로 호수주변이나 둘레길 산행을 즐기는 할아버지 얼굴에 타지않게 바르시라며 썬크림으로 선물을 준비했단다. 손주들에게 잘 해준것도 없고 뭐 특별하게 기억나게 해준게 아무것도 없으니 더더욱 미안하고 고맙다. 그럼에도 세상에서 제일 잘 생긴 할아버지께라는 맺음에 눈물이 날 만큼 울먹임과 시큰한 감성이 된다.

고래희지기(古來稀知己)인 내 어린시절 친구들의 삼십년 전 모임 모습이다. 지금은 유명을 달리한 친구들의 모습도 더러 보이지만, 작년에는 내 친구의 아들이 먼저 떠났다는 소식을 들어야 했고, 어제는 또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매월 모임을 갖고 만나는 친구의 딸이 어제 지병으로 세상을 등졌다는 동반자의 슬픔을 들어야 했다. 이런 아픈 소식을 듣는 것 조차도 너무너무 싫다. 백세시대라는 요즘에도 장수가 축복이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조금은 아쉽다는 지금의 나이에 내가 먼저 떠나야 한다는 마음이 절대적이다. 부모 앞에서 먼저 세상을 떠나는 가장 불효라고 배웠던 우리 꼰대세대에는 형언하기 힘든 아픔이 밀려든다. 그런저런 이유로도 운명을 바꿔서라도 홀연히 갑자기 떠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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